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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실(writing room)'과 '미저리(Misery)'의 그것컬 렉 션 2021. 10. 8. 12:52
(photo from www.shorpy.com)
1905년에 찍은 미국 '알마 결핵요양소(Alma Sanitarium)'의 남성용 집필실(Writing Room).
유리평판네가티브(dry plate glass negative) 필름의 사진이다.
결핵요양소라는 특수한 곳이긴 하지만, 집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넓고 산만하다.
생각이 달아날 듯한 저런 곳에서 글이 쓰여질까.
문득 1990년의 영화 '미저리(Misery)'가 생각난다.
애니 윌크스에 납치돼 사육당하는 상태에서 편집증의 애니가
구상하는대로의 소설 집필을 강요당하는 소설가 폴 셀던.
애니는 폴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하기 위한 방을 마련해 준다.
콜로라도 실버 크리크의 아름다운 겨울 자연풍광이 한 눈에 들어오는 넓은 창문이 딸린 집필실.
그리고 로열 타이프라이터가 놓여져 있는 넓은 책상.
책상엔 폴이 좋아하는 시가 담배도 마련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의 폴의 생각과 글이 어땠을까.
하지만 아무튼 폴은 생명을 담보한 상태에서 매일 애니로부터
스토리 체크를 받아가며 소설을 완성한다.
글을 끝냈을 때의 장면.
무거운 로열 타이프라이터를 두 손으로 만세 부르듯 들어 올리며 짓던 홀가분함과 희열의 표정.
그리고 목구녕 깊숙이 빨아 당기던 시가 담배 한 대.
그 순간 만은 아무리 애니로부터 생명이 위협 당하는 사육 상태였지만,
그런 모습이 아니라 글쟁이 그 자체로서의 표정이었던 기억이 있다.
저 사진을 보며 왜 뜬금없이 '미저리' 영화 속 폴의 집필실이 떠 올려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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