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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4題(3) - 송악산 올레길
    landscape 2021. 11. 18. 14:47

    제주도를 가는 목적이 다양하고 여럿일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한라산 등반일 것이다.

    우리들도 물론 그랬다.

    그러니 한라산 등반 외의 다른 일정은 소소한, 그리고

    끼워넣기에 불과하다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정이 예상 외의 재미와 가치를 발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제주 여행에서 알았다.

     

    제주에 송악산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가 그랬다.

    일정을 짠 친구는 물론 알고있었을 것인데,

    아무튼 그 친구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산이었다.

     

     

     

     

    송악산은 산이다. 높은 산은 아니다. 물론 한라산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산이기에 송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인데,

    이번에 가서 느낀 건 산이라기 보다는 걷기에

    산길과 전망이 아주 좋은, 제주 특유의 오름같은 산이었다.

    그래서 이 특성을 살려 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이 바로 '송악산 올레길'이다.

     

    산 아래 차를 대고 초입에 들어섰을 때는 그저 그러려니 했다.

    사방이 바다인 제주에 바다 전망은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는 선입감도 있었고.

    그런데 나지막한 산길을 조금 올라 걷기 시작했을 때, 어라 그런 게 아니었다.

    머얼리 바라다 보이는 바다 한 가운데 자리잡은 두 개의 섬이 우선 그랬다.

    말로만 듣던 마라도와 가파도를 한 눈에 바라다 보면서 걷는 길이었다.

    섬은 아스라히 보였지만, 그 섬이 어떤 곳이라는 나름의 선입관이 걷는 길을 재미있게 했다.

    이를테면 마라도 하면 짜장면, 그리고 가파도 하면 김수미 할망을 떠올리게 하는.

     

     

     

     

    송악산 산길은 길었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 건, 그 길을 얕잡아 봤다는 얘기다.

    데크로 된 산길은 과장을 좀 보태 끝없이 이어졌고,

    그 길마다에서 바라다 보는 전망과 느껴지는 정취가 아주 좋았다.

     

     

     

    길을 걸으며 나는 엉뚱하게도 제주 올레길을 만든 한 여자를 떠 올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조그만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분은 모 시사주간지의 글 잘 쓰고 취재력이 뛰어난 기자였고,

    그 분이 국회 출입할 적에 몇 차례 본 기억이 있다. 

    지금 제주올레길은 과장을 좀 보태 산티아고 순례길에 버금가는 명품 길 아닌가.

    그 분은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그런 바쁜 기자생활을 하면서,

    고향인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계속 이어지는 길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망망한 바다와 함께 머얼리 한라산이 보이고,

    산방산이 보이는 전망에 우리 일행들 사이에서 탄성이 연신 나왔다.

     

     

     

     

    끝 닿은 데 없는 길이라고들 하지만, 어쨌든 길은 끝이 있게 마련이다.

    총 연장이 9km가 넘은 올레길이었다.

    막상 길 끝에 다다라면서 나는 아쉬움이 좀 일었다.

    기약할 수는 없겠지만, 다시 제주를 찾는 날이 오면,

    반드시 송악산 올레길을 한라산 위에 두고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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