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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宋復) 연세대 명예교수사람 2021. 12. 15. 10:38
송 복(宋 復) 선생, 오랜 만에 지면으로 뵙는다.
어제 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 나오셨다.
나는 2013년 6월 선생을 인터뷰했고 그 후 뵙지를 못했다.
어제 기사에 연구소가 불광동이라고 하니, 자택이 있는 불광동에 여전히 살고계신 듯 하다.
2013년 그때 인터뷰는 선생이 동갑내기 아내인 河경희 여사와 함께 갖는,
이색적인 ‘부부 서예전’을 앞두고 가진 것이다.
수수한 차림으로 묵향 가득한 자택 서재에서 따뜻하게 맞아주던 그때가 생각난다.
선생의 정치.사회.문화.남북관계 등 다양한 부분의 현상과 문제점을 보는 시각,
그리고 다방면에 걸친 지적인 깊이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동서를 넘나드는 그 폭과 깊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까지도 약주를 즐기시던 선생은 인터뷰가 끝난 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인근 불광시장으로 이끌었다. 그 술자리에서 알게 된 선생의 아호가 독특했다.
‘心遠,’ 그러니까 陶淵明의 시 한 구절인 ‘心遠地自偏’에 나오는 앞 두 글자에서 딴 것이다.
도연명 시의 그 ‘심원’은 명사형이 아니라 ‘마음이 멀어지면…’ 이라는 조건절의 술어이다.
댓귀로 이뤄진 그 구절의 앞 부분은 '問君何能爾(어찌 그리한가)'이다.
그래서 그걸 아호로 택한 연유를 좀 꼬치꼬치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 며칠 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예전 때 많은 분들이 오셨다.
특히 한국일보 출신의 김성우 선생과 동백림사건의 천병희 교수 등
선생의 부산고 동문과 동기 분들이 많이 오셨고, 선생의 친구인 나의 마산고 선배도 몇 분 오셨다.
선생은 부산고 15회이고, 나의 14회 선배인 마산고 15회 기수 중에 친구가 많다.
이날 선생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셨다.
선생을 대상으로 한 내 인터뷰 기사를 본 김종량 전 한양대총장이 그 기사를
동판으로 떠 선물했다며 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선생은 1980년대 이후 주요 일간지 칼럼 등을 통해 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보수적 가치’에 기반한 자신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따라서 반대편에서 그를 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그는 그러나 그런 시각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떤 시류에도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사회과학자로서의 역할과 양심은 견지하겠다는 소신이다.
2013년 인터뷰 때 선생에게서 강하게 받았던 인상은 보수적인 중국에 대해
상단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여전했다.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人義라는 가치가 아닌 利益이라는 利에만 집착해온 나라로,
유교국가로서의 이상은 있으나 현실과 실천이 없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게 선생의 진단이다.
같은 맥락에서 패권주의로 요약되는 중국의 역사에서 민생은 없었다고 선생은 말했다.
흔히들 말하는 牧民官이라는 용어가 이를 대변하는데, 民을 짐승이나 다름없이 보았다는 것이다.
맹자에는 군주들이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게 한다’는 '率獸而食人'이라는
표현이 수 없이 나오는 것 역시 중국역사의 그런 패권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선생은 중국의 이런 현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 북한이라는 시각에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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