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
以熱治熱로 걷기 - 暴炎속의 바라산 둘렛길즐거운 세상 2021. 7. 25. 07:00
덥다고 그냥 집에서 에어컨 바람 아래 마냥 지낼 수는 없다. 더위는 더위, 아니 열로써 맞서는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이열치열이다.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추위에도 그렇다는 얘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세월을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어제도 무척 더웠다. 평촌 사는 후배가 산에 가자고 전날 연락을 해 왔을 때, 내심 이열치열 산행을 생각해 그러자고 했다. 의왕 바라산 자연휴양림 둘렛길이다. 이 길은 3년 전 여름 첫 시작으로 그 후에도 몇 번 걸었다. 후배와 인덕원에서 만났을 때가 아침 9시경인데, 그 때부터 날씨는 후끈거리고 있었다. 둘렛길 초입은 한 20여 분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 길이다. 초입부터 숨이 턱턱 막혀오기 시작했다. 후배는 바리바리 챙겨 온 배낭이 무거..
-
연 날리기즐거운 세상 2021. 4. 30. 08:48
연 날리기. 오랜 만에 보는 '진귀한' 광경이다. 어제 오후 서울 나가는 길, 아파트 뒤 너른 농로 길에서다. 꽤 멀리 날려지고 있는 하늘의 연은 육안으로 잘 안 보일 정도로 가물거린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잡을 수가 없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려니, 연 날리는 분이 짐짓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길래 잘 찍을 수가 없었다. 연 날리는 분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데, 아주 세련돼 보인다. 연을 많이 날려본 풍모의 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연줄 감고 푸는 기구, 그러니까 얼레가 좀 색다르다. 짙은 연두 빛의, 보기에 플라스틱 재질의 원형으로 생겼다. 한 눈에 봐도 날렵하게 보이지만, 나로서는 저런 얼레가 생경하다. 저걸 우리들 어릴 적에는 마산 말로 '짜세'라고 했는데, 지금 ..
-
청계산 緣木求魚?즐거운 세상 2021. 2. 7. 11:01
좀 성급해졌다. 어제 모처럼 오른 청계산에서 봄이 이미왔다고 단정해버린 것이다. 포일리 '주현미 집' 인근에서 오른 청계산 산길은 겨울의 그것이 아니었다. 얼음이 녹아내려 질펀해진 초봄의 산길이었다. 질펀거리는 산길은 분명 봄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매봉 쪽으로 이어지는 정상 능선 길에 부는 바람도 그랬다. 겨울이 녹아내리는 선선한 봄바람이었다. 봄이 왔구나 생각들하니 게으름이 솔솔 피어난다. 게다가 모두들 아침을 거른 탓인지 어디서 자리잡아 뭘 먹자고들 한다. 결국 매봉 쪽에서 꺽어 청계사 쪽으로 내려와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평촌 사는 후배의 배낭이 좀 무겁게 보인다 했더니, 뭘 바리바리 싸왔다. 문어가 나왔다. 후배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또 꺼내놓는 건, 어라, 다름이 아니라 물회다..
-
시니어들의 휴대폰 벨소리즐거운 세상 2020. 9. 12. 11:52
경의선 전철 안. 경로석 앞에 서서 졸며 가는데, 갑자기 "자옥아, 자옥아" 노래 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앞에 앉은 어떤 할머니의 휴대폰 벨 소리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경로석 주변의 졸던 사람들은 다 깼을 것이다. 그 할머니 곁의 다른 할머니는 눈총까지 준다. 그러고 좀 더 가는데, 이번에는 흘러간 올드 팝송이 나온다. 짐 리브스의 '디스턴트 드럼(distant drum).' 웬 감미로운 노래인가 싶어 보니 그 할머니 옆의 할아버지 휴대폰 전화 벨 소리다. 그 소리도 커서 사람들의 시선이 그 할아버지에게 모아지고 있었다. 나의 스마트폰 벨소리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이다. 3년 정도 됐다. 그런데, 이즈음 전화 온 것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주변이 조용할 적에는 모르는데, 사람들이 ..
-
老姑山 산행즐거운 세상 2020. 5. 22. 08:02
어제 고등학교 후배들과의 노고산 산행. 북한산의 삼각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지점에서 찍은 사진인데, 시원하다. 삼각봉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 북한산에서 그리 흔치 않다. 숨은 벽에서 인수봉 쪽으로 연해있는 '키스바위'와 ' 진달래 능선' 등 몇 곳이 안 되는데, 노고산도 그 중의 한 곳이다. 우리들은 노고산 정산 못 미처에서 자리를 잡았다. 후배들이 먹을 것들을 바리바리 싸 왔다. 이상협 후배는 용인 집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오갈피, 고수, 방아 등 각종 야채를 푸짐하게 준비했다. 어원해 후배는 묵은지 등을 갖고 왔고, 용준이 등 40회 후배는 고기와 술을 가져왔다. 나는 입만 가지고 갔다. 노고산은 백패킹과 취사가 가능하기에 버너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 맛있게 먹고 마셨다. 하산은 백화사 ..
-
어제 토요일즐거운 세상 2020. 4. 26. 07:37
어제 많이 걷고 올랐다. 통계로 보니 거의 18Km다. 아침 일찍 동네 농로인 'my marian road'를 걷고는 불광동 둘렛길을 걸어 탕춘대 암문에서 친구들과 합류했다. 포금정사 터를 경유해 비봉능선에 붙어 사모바위까지를 올랐다. 구기동으로 내려와서는 정해진 코스다. '삼각산'에서 흑돼지구이와 두부김치로 1차를 하고 '코만도'에서 맥주 한 잔. 술을 내겠다는 친구가 많았다. 한 친구는 작은 아들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 또 한 친구는 아들이 7년 만에 손자를 안겨주었다는 것, 또 한 친구는 주식 배당금을 받았다는 것. 아무튼 친구들 덕분에 잘 얻어 먹고 마셨다. 로스쿨 교수로 정년을 한 하삼주 박사의, 자신의 역저인 '중국의 법률'을 토대로 한 중국의 법 체계에 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친..
-
山中의 오찬즐거운 세상 2020. 3. 29. 10:37
어제, 후배들과 의왕 모락산 둘레길을 걸었다. 원래는 바라산을 가기로 했는데, 평촌 역에서들 만나서 바꾸었다. 평촌에 부는 바람이 좀 차가웠기에 내가 제안을 했고 후배들이 받아들였다. 모락산 둘레길은 평탄하다. 해발이 300m도 안 되는 산인데, 산길 곳곳에 나 있는 길들이 부드럽고 다양해 둘레길로 조성한 것이다. 모락산 초입으로 걸어 들어가 좀 올라가면 근동에서는 잘 알려진 묘지 하나가 나온다. 세종대왕의 네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묘소다. 마침 한 후배가 임영대군의 후손이다. 그 후배의 안내로 제실과 묘소를 둘러봤다. 양지바른 곳에 아담하게 지어진 제실이 참 인상적이었다. 모락산 둘레길의 한 언덕받이 길을 올라가는데, 한 후배가 제의를 한다. 기왕 시작한 거, 백운산까지 가는 게 어떻겠냐는 것. 일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