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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출애굽기, 시내 山, 모세, 그리고 ‘10戒’belief 2022. 9. 20. 12:20
이즈음 구약성경을 이따금 씩 들춰보는 건, 얼마 전에 접한, 이스라엘 민족을 가나안 땅으로 이끈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은 시내 山의 위치, 그리고 그와 관련한 성서고고학적 주장에 따른 혼돈 때문이다. 과문한 탓도 있을 것이지만, 내가 지금껏 그에 관해 알고있던 앎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접한 것인데, 말하자면 시내 山의 위치가 그동안 거의 사실처럼 굳어져왔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거의 문외한인 처지에서나마 나름 한번 확인해보고자 하는 충동이 생긴 것이다. (새로운 주장에 의한 구약성경 속의 시내 산과 호렙 산.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미디언 지역의 라오즈 산이다) 시내 산이 어디일 것이라는 구약에서의 언급은 해석에 따라 그 위치가 저마다 다르다. 그러니까 지금껏 시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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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능곡 하늘, now and thenbelief 2022. 9. 11. 08:22
2년 전과 오늘, 같은 장소에서 바라다 본 아침 능곡하늘. 2년 전 그날은 잔뜩 흐린 날씨에 간간히 비를 뿌리던 날씨였다. 그날 아침 매일 ‘마리아수도회’ 성당을 보고 걷던 나만의 ‘마리안 로드’ 하늘에 갑자기 무지개가 떴다. 우중충한 날씨, 이런 저런 울적한 심경의 한 틈을 비집고 문득 뭔가 상서로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전날 밤 말기암을 앓고있는 한 지인의 병세가 경각에 달렸다는 소식을 아내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 지인을 생각하고 기도하며 걷던 중에 문득 무지개를 본 것이다. 걸음을 멈추고 무지개가 사라질 때까지 멈춰 서 있었다. 집으로 가 아내에게 무지개 얘기를 하려는데, 아내가 먼저 말을 했다. 지인이 오늘 아침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아, 그 지인은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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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차마마(Pachamama),' 혹은 성모 마리아belief 2022. 9. 5. 19:01
남미 안데스 토착 원주민들에게는 고대 잉카시대 때부터 그들이 전통적으로 숭앙하고 섬기는 여신이 있습니다. '파차마마(Pachamama)'라는 여신입니다. 영어로 'Mother Earth, Mother Time, World Mother'로 불리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구와 시간을 다스리는 어머니로서의 존재인 여신입니다. 파차마마는 모든 농작물의 파종과 수확을 관장하고 산과 지진을 다스리면서 땅의 모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창조적 힘을 지닌, 전지전능한 유일의 여신으로 받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파차마마 여신이 15세기 말 스페인의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화 이후 그 양상을 달리합니다. 스페인은 그 땅에 가톨릭을 전파하였고, 원주민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파차마마를 성모 마리아(Virgin Mary)로 인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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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nus dei, Agnus deibelief 2022. 9. 4. 18:16
8년 전, 그러니까 2014년 9월 4일 오늘 찍은 사진으로, 대구 가톨릭대 병원 입원실 복도다. 그때 어머니가 입원하고 계셨다. 암이 왔는데, 고령으로 수술이 가능한가의 여부를 놓고 고심 중에 있었다. 전날 밤, 이 병원에 있는 조카사위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수술을 하자고 해 그렇게 결정을 하고는 병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운 다음 날 새벽 심란한 마음으로 복도를 걷고있었다. 그때 저 쪽 복도 끝에 어떤 분이 앉아 계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큰 분이라는 느낌이 오면서 조심조심 그 분께로 다가갔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보니 그 분이 뭔가를 누구에게 주고있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문 앞에 와서 보니 그것은 벽에 그려진 예수님 그림이었다. 예수님이 앉아 어린 양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의 그림이었다. 근데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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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 11일 째belief 2022. 8. 11. 20:01
묵주기도 11일 째. 힘이 들면서 간신히 또 오늘 하루를 넘겨간다. 전에 비해 기도를 까 먹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어제는 포항에서 올라오면서 잊고 있었다. 열차가 서울에 다다라가면서 문득 그게 생각났다. 간신히 서울 도착하기 전에 마무리했지만 마음이 편칠 않았다. 오늘은 새벽에 눈이 뜨이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서재 책상에 앉아 마음을 추스리고 가다듬으며 기도에 들어갔으나, 최소한의 평상심조차가 유지되질 않아 애를 먹었다. 아내의 새벽 잠 설치는 이런저런 움직임 등이 왜 그리 크게 느껴지는지. 날이 밝아오면서 아내는 내 인기척에 잠에서 깨 문간에서 나를 바라다 보았다. 아내의 얼굴이 맑고 편안해 보이고 평화스러웠다. 개인지향의 기도 속에 담아놓은 것 중의 하나가 그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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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묵주기도' 56일 째, 마지막 날belief 2021. 10. 18. 12:52
오늘, '묵주의 9일기도' 56일 째, 마지막 날. 올해 처음 드렸던 '묵주의 9일 기도'다. 어제까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걸 몰랐다. 오늘 새벽 눈을 뜨면서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그 날이라는 걸 알았다. 도저히 집에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미명의 바깥으로 나가 나의 '마리안 로드'를 걸으며 바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바깥은 쌀쌀한 날씨에 맑다. 머얼리 '마리아수도회' 성당의 모습이 미명 속에서 아른거린다. '9일 묵주기도' 마지막 날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에게는 늘 그렇지만, 기도라는 게 하나의 시험대같은 느낌이다. 그 시험대의 끄트머리에 매달려있는 심정으로, 나의 '마리안 로드'를 걸으며 기도를 바쳤다. 그동안 무사하게 기도를 드리게 해 주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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陵谷 '마리아수도회' 성당belief 2021. 9. 4. 05:46
오늘 아침, 대장천 산책길에 바라다 보이는 '마리아수도회' 성당. 오른 쪽 산길로 걸어오르면 성당이다. 성당 못미처에 흡사 성당에 딸린 관사같은 집이 한 채 있다. 언젠가 그 집 앞을 지나면서 정원에 옹기종기 놓여있는 장독들에 이끌리어 살펴보다 그 집 할머니와 마주친 적이 있다. 할머니는 초면인 나에게 자기 아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저 멀리 살고있는데, 자꾸 자기 자동차를 할머니집 정원에 세워 놓는다는 것. 보니 정말 낡은 자동차 한대가 주차돼 있었다. 어머니 집이 좋아서 그러겠지요 했더니, 내 말은 듣지를 않고 자꾸 멀리 손짓을 하며 그런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오질 않는다. 차만 남겨두고 어디로 가버렸다... 오늘은 그 산길 아래 대장천 천변길을 걸으며 묵주기도를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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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은 '점입가경(漸入佳景)'으로 간다belief 2021. 8. 27. 05:40
“아드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괴로워하시던 성모님의 마음. 지금 제가 2년 넘도록 그 마음을 체험하며 주님의 은총과 자비를 기도드리며 견디고 있다. 저는 어미로서, 가족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검찰개혁을 포기하지 말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이 고통의 긴 터널을 언제쯤 빠져 나올지 모르지만 이 시대의 법학자로서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깨어있는 교우들과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의 기도의 힘으로 언젠가는 밝은 날이 돌아오리라 믿는다. 감사합니다. 아멘!” 조국 전 법무장관의 모친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이 조국 사태와 관련해 김인국 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에게 보낸 편지 글이다. 조국과 그 가족의 하는 짓이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하다 하다 못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