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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로도토스와의 여행(Travels with Herodotus)>
    컬 렉 션 2022. 2. 5. 08:34

    <헤로도토스와의 여행(Travels with Herodotus)>.

    도서관 서고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 와 손에 잡은 책이다. 이 책이 내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책 제목의 ‘헤로도토스’라는 이름 때문이다. 헤로도토스는 주지하다시피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로서, 방대한 규모의 <역사>를 썼는데, 그 책을 지금껏 한번도 완독하지 못해 나를 주눅들게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 책을 보면,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그게 아니다. 물론 헤로도토스와 연관은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책은 헤로도토스와 그의 <역사>를 멘토로 삼았던 폴란드 출신 한 저널리스트의 취재에 얽힌 얘기를 담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헤로도토스와 그의 <역사>의 배경인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에 관한 것을 읽고자 했던 생각에 비춰 좀 실망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 들어가니 책을 쓴 카프시친스키(Ryszard Kapuscinsky; 1932-2007)의 취재 얘기 속에 헤로도토스가 살아 움직이면서 고대 그리스 시대를 전해주고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낀다.

    카프시친스키가 저널리스트로서 활동을 시작했던 시기는 1950년대 중반부터로, 그는 인도를 시작으로 50년에 걸쳐 해외특파원으로 세계 50여개국을 취재했는데, 그 과정에 그는 항상 헤로도토스와 함께 했던 것이다. 카프시친스키가 헤로도토스와 인연을 맺은 건, 1950년대 초반 폴란드대학 시절이었고, 그 후부터 카프시친스키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의식에 깊이 빠져든다. 그가 기자로서 인도에 첫 해외특파를 나갈 때, 편집국장에게서 선물로 받은 책이 바로 헤로도토스의 <역사>였다는 인연도 있다.


                                            <리사르드 카프시친스키(Ryszard Kapuscinsky; 1932-2007)>


    카프시친스키는 50년간에 걸친 해외특파원 기간 동안 세계 각 분쟁지역에서 27번에 걸쳐 혁명과 전쟁을 경험했고, 수 없는 구금과 체포를 당했으며, 네 번이나 죽음으로 물리는 처형위기를 겪기도 한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했기에 그의 취재 얘기는 흥미를 돋운다. 이런 취재에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그의 친구이자 길동무, 동반자적 역할을 하며 특히 그의 해외 종군 취재에는 2500년 전 그리스-페르시아 간 전쟁을 바탕으로 한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적절히 인용된다.

    이런 과정에서 카프시친스키는 왜 전쟁의 주체로서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는가, 그리고 그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하게 되는데, 이는 <역사>의 첫 머리에 나와는 “사람들이 서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라는 대목가 부합되면서 카프시친스키는 그에 대한 답을 취재를 통해 추구했던 것이다.

    전쟁을 취재하면서 카프시친스키가 <역사>를 통해 터득한 것은 현상에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참조한다는 것, 개별적인 견해를 면밀히 관찰한다는 것, 그리고 다각적인 반응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라는, 나름의 취재기법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그런 점에서 카프시친스키 사후 저널리스트로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카프시친스키의 저널리즘이 특별히 부각되고 있는 것은 그의 시선이 사건이 아닌 인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2013년 5월에 나왔다. 번역은 최성은 외국어대교수가 맡았는데,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최 교수의 이 책 번역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폴란드 바르사바대학에서 폴란드문학 박사를 한 최 교수는 폴란드를 ‘제 2의 조국’으로 여길 만큼 폴란드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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