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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抽刀斷水...
    세상사는 이야기 2022. 3. 12. 10:39

    추도단수(抽刀斷水)…
    ‘칼을 들어 물을 벤다’라는 뜻의 李 白의 시 한 구절이다.
    뒤에 이 말이 따라 붙는다.
    수갱류(水更流), 물은 다시 흐른다.
    그러니까 ‘칼을 들어 물을 베지만 물은 다시 흐른다’는 뜻인데,
    쉽게 말해 ‘칼로 물베기’라는 의미다.
    술 좋아하는 李 白이 이런 시를 쓴 나름의 배경이 있다.
    한마디로 술 끊기가 칼로 물베기라는 것이다.


    어제 술을 다시 입에 댔다.
    나름 술을 좀 끊든가, 아니면 절주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게 얼마 전인데,
    결국 나 스스로 자신에게 한 약속을 깨뜨린 것이다.
    이유와 명분은 차고 넘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통령 선거로 그 중 하나다.


    어제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만나 한 잔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모임을 주도한 친구는 아예 그걸 명분으로 달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자는 것이다.
    동기친구들에게 그런 차원의 모임이라는 걸 문자로 보냈지만,
    참석자는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었다.
    아무리 동기친구들이라지만, 생각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좋아하지 않은 친구들도 꽤 있을 것이니,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자고들 했다. 술자리에서의 화제는 당연히 대통령 선거였다.
    초박빙으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함께 예상을 한참 빗나간 선거결과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도 얘기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정치얘기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이 결론이 없는 얘기다.
    다만 문재인 정권 하에서 다소 비분강개해 하지는 않았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이 가져다 준 일종의 선물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정권교체가 됐지만, 우리들 먹고사는 문제와 무슨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까.
    다만 주변의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고,
    내 생각도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을 갖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은 다시 먹고 사는 문제에 열중할 일이다.
    그러니 다시 우리들은 팍팍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李 白의 시는 다시 이어진다.
    거배소수수갱수(擧杯銷愁愁更愁)
    ‘술잔을 들어 근심을 달래려 하지만, 근심은 새로운 근심을 낳는다’는 것.
    이 시를 보면, 천하의 주호 李 白도 술을 끊으려 나름 애를 많이 썼던 것 같다.

    나는 오늘 다시 어떤 형태로든 술과 관련해 나름의 어떤 다짐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그건 단주나 절주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또 어떻게 될 것인지 지레 감이 잡힌다. 하도 많이 해 봐서다.

    抽刀斷水水更流
    擧杯銷愁愁更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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