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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플란트 수술과 모짤트
    세상사는 이야기 2022. 4. 29. 12:20

    임플란트 집도의는 여성 분이다.
    구면이라 눈 인사를 주고받은 후 간호사가 수술준비를 하는 사이 그녀는 수술대 앞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녀가 방문을 여닫는 사이 흘러나오는 멜로디, 모짤트인가 브람스인가. 모짤트로 하자.
    그녀가 나와 내 곁에 선다. 그리고 마취주사. 마취가 시작되는 그 사이 그녀는 다시 그 방엘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또 들려지는 클래식 선율.

    그녀가 다시 나와 내 곁에 서면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육중한 느낌이 드는 쇠붙이가 내 입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감사합니다… 지시대로 따르는 나에게 그녀가 하는 말은 오직 건성의 그것이다.
    머리가 좀 흔들릴 겁니다. 간호사가 귀띰을 하자마자 시작되는 드릴링.
    마취로 부어오른 목구멍이 호흡을 어렵게 한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드르륵, 드르륵, 쿵쾅, 쿵쾅… 이게 언제 끝날까.
    어려운 목구멍 호흡 때문에 몸을 몇차례 움칫 움칫하는 사이 끝났다.
    수고했습니다. 이 말을 하고는 그녀는 다시 그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잠깐 흘러나오는 모짤트.
    그 다음은 간호사의 시간이다. 여의사는 그 방에서 나오질 않았고 나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이번 것을 포함해 7개 나의 임플란트를 모두 해줬다. 무려 9년 간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얼굴을 잘 모른다. 수술마스크 속 배시시한 눈웃음의 눈부위만으로 안면을 익혔을 뿐이다.
    이번에 알게된 것은 그녀가 클래식을 즐겨듣는다는 것이다. 이건 나만의 추측이다.
    그저 그녀가 수술 짬짬이 쉬는 방에 흘러나오도록 했을 수도 있다.
    나로서는 하지만 그녀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측면에서 비로소 그녀의 한 단면을 본 셈이다.
    한 손엔 수술칼, 또 한 손엔 모짤트.

    혹은 무지막지한 수술에 대비되어지는 모짤트의 감미로운 선율. 묘한 양면성이다.

    그 여의사에게서 그걸 느꼈다. 모든 여성이 그럴 것이지만, 나로서는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여성의 그런 양면성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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