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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꿈이 딴에는 좀 상서롭구나 생각했다. 꿈이 원래 그런 것이라 기억은 잘 나질 않지만, 뭔가가 생각대로 되고 기대감이 죽죽 뻗치는 그런 꿈이었다. 그러다 새벽에 잠을 깼다. 꿈의 기운이 가시지 않았고, 나는 어둠 속에서 미명의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막연한 기대감이 희망으로 이어지면서 모처럼 머리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오늘이 3월16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16일은 내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날이다. 그럼 그렇지, 그렇구나. 오늘이 친구가 세상을 뜬지 3년이 지난 날이라는 것을. 꿈을 친구의 3주기와 억지로라도 연결시켜보려 한다. 그러니까 친구는 오늘에 맞춰 나에게 희망을 안겨주려는구나고 생각했다. 그게 친구를 위하고 나를 위하는 것이니까.
2010년 가을이었을 것이다. 칠선계곡을 오른 후 치밭목 산장 쪽으로 하산하면서 중봉 쯤에 머물렀을 때, 친구는 지리산 연봉을 물들이는 일몰을 한참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주흥아, 주흥아 인자 가자. 몇 번을 불러 가자고 했을 때도 친구는 무엇에 이끌린 듯 계속 석양의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리산의 무엇이 친구로 하여금 발길을 그토록 오래잡아 머물게 했을까. 지리산이 친구를 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하여 친구는 지리산의 너른 품에 안기고자 달려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은 지리산 품에서 영원을 느끼고자 하는 몸짓이었다.
친구 세상 뜬지 3년. 친구는 우리 곁에 없고, 세월은 그리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친구는 지금 쯤 지리산에 그 영혼의 터를 잡았을 것이다. 하여 지리산과 더불어 영원을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가끔씩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더러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간밤이 그랬을 것으로 나는 믿고있다.'obitu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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