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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鐘路)에서
    세상사는 이야기 2022. 5. 10. 13:37

    어제 모처럼의 종로 나들이에서 만난 풍경들. 
    탑골공원 쪽은 이러쿵 저러쿵 좋지않은 시선들의 말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엔 ‘노인들의 천국’이다. 
    거기를 지나면서 내 맘이 안온하고 푸근하고 소속감 같은 게 느껴지는 건 당연지사일 것이다.

    인사동은 이제 어디가 어딘지 지리를 잘 모르겠다. 
    예전이면 눈 감고도 갈 수 있었던 경인화랑이 어드메 있는지 찾아가느라 헤매기도 했다. 
    ‘학고재’ 골목 안은 눈에 익은 곳이지만 한편으로 생경감도 든다. 
    옛날 변영아 시인이 하던 ‘시인과 화가’ 주점이 목순옥 여사가 하던 ‘귀천’으로 바뀐지는 오래 전이다. 
    그런데도 막상 그 앞에 서니 ’귀천’이 왜 여기에 있을까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다 가고없는 사람들 탓일 것이다. 천상병, 목순옥, 변영아 등.

    경복궁 역에서 노인 한 분이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있다. 
    무슨 글을 쓰고있을까. 예사롭게 보이질 않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점심끼니로 때운 낙원지하상가 콩국수 한 그릇. 맛있고 푸짐하고 싸다.
    결국 그 콩국수 한 그릇 사 먹으려고 종로 바닥을 헤맨 것이나 마찬가지다.
    짜장면, 설렁탕, 햄버그 등 먹고싶은 것이 널려있는 종로거리지만, 
    막상 사먹으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사람들이 널려있는 그들 가게 앞에서 문득 드는.
    아무리 찾아봐도 나 만큼의 늙스레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든 곳이 낙원지하상가다. 
    얼기설기한 느낌의 지하식당이지만 분위기도 수수하고, 
    무엇보다 혼자서라도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내 격에 맞다.

    메뉴에 가오리 찜이 있길래 막걸리 생각이 났지만 참았다. 
    가오리 찜 한 접시 값이 만원이다. 만원짜리 가오리 찜은 어떤 것일까고 생각하면서 술발을 용케 이겨냈다. 
    체부동 시장 어느 주막의 가오리 찜은 손바닥만한 가오리 두 마리 쪄낸 게 이만오천 원이다. 
    그 집은 오후 5시 넘어 문을 여니 서로를 재가며 어쩔까 저쩔까하는 사이 
    후배들과의 인사동 약속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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