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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고(Fargo)' - 너무 꼬여버린 샐러리맨의 궁핍과 일탈
    컬 렉 션 2022. 7. 18. 12:15

    연일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다.

    이런 혹서에 추운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로 잠시 더위를 잊어본다.

     

     

    '파고(Fargo)'라는 영화.

    1996년에 나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파고'라는 제목은 영화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도시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이다. 

    미 중북부 노스 다코다 州에 있는 파고는 겨울이 아주 추운 극한의 도시다.

    한 겨울 온도가 보통 영화 30도 안팍인데,

    영화가 출시된 그 해 1996년 1월 영화 39도까지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 영화 스토리의 전개도 한 겨울 추운 날을 배경으로 한다.

    산과 하천, 도로와 시가 전체가 흰 눈에 덮힌 채 모두 꽝꽝 얼어붙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 1987년 한 겨울 이 도시에서 일어난 끔찍한 엽기적인 사건, 

    하지만 그 동기와 시작은 너무나 미미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게 또한 영화제목과 어우러진다.

    너무 많이 나갔다는 뜻의 'Far go'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니 Far go, 그러니 영화제목대로 Fargo인 것이다.

     

     

     

     

    오래 전 이 영화를 처음 보면서 뭐랄까,

    영화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주인공 런드가드의 처지에

    일말의 동병상련 같은 것을 느꼈다.

    소심한 중년 샐러리맨의 궁핍함,

    그 것에서 벗어나보고자 하는, 어떻게 보면 장난같은 짓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전변하는 안타까움에 대한 것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조엘(Joel), 에탄(Ethan) 두 코엔(Coen) 형제가 'Fargo'로

    영화제목을 단 것이 우연은 아니겠지만 영화내용과 딱 들어맞았다.

     

    조그만 시골도시의 볼품없고 소심한 카-세일즈 맨이 어쩌다 꼬여버린 

    자신만의 궁핍한 경제상황을 모면키 위해 아내를 청부 납치케한다. 

    부자 장인에게 돈을 긁어내기 위한 것인데, 그 자신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리고 장인 또한 자신의 계획에 순순히 응해줄 것으로 믿는다.  

    아내가 괴한들에게 납치된 사실을 장인에게 알린 후 자신이 협상에 나선다. 

    돈 많은 장인은 딸을 위해 돈을 내놓을 것이다. 

    그 돈으로 납치자들에게 '수고비'를 지불하고 마누라를 돌려 받는다.

    그러면 된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게 이상하게 꼬여간다. 

    납치한 자들이 저급한 개망나니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의도했던 바와 달리 아내도 죽고, 장인도 죽고, 

    경찰과 민간인들도 죽는 엄청난 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대수롭지 않은 발단이 끔찍한 종말로 확대되는,

    말 그대로 비극적인 'Far Go'로 전변해 버린 스토리다.

     

    Far go라는 관용어에 '일이 돌이킬 수 없이 멀리 꼬여 들어간다'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 영화제목과 내용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월급장이는 대개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한 두어개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중 대부분이 돈 문제와 연관되는 것 쯤이란 것, 월급장이 해 본 사람들은 잘 안다.

    나도 월급장이를 오래 해 봤다. 그런 의미에서 '동병상련'을 느꼈다는 것이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런드가드 역의 윌리엄 매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더 실감있게 다가 온다.

    런드가드(Lundegaard) 역의 윌리엄 매시, 납치범 쇼월트(Showalter) 역의 스티브 부세미,

    그리고 파고 市의 여자경찰로 나오는 마지(Marge)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등.

     

    월리엄 매시를 특히 나는 좋아한다. 

    'The Cooler'라는 영화에도 나 온다. 

    카지노에서 잘 나가는 갬블러를 견제하는 게 '쿨러'다. 

    매시가 그  역을 맡았는데,

    'Fargo'에서와 같이 소심하고 불쌍한 3류인생 역할을 잘 처리했다는 느낌이다.

     

     

    (마지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이 영화로 1997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땄다.

    이 영화에서의 인상적인 장면 하나. 

    한 겨울 추운 새벽에 일을 나가는 맥도먼드와 그녀를 알뜰하게 챙겨주는 남편.

    추운 새벽날씨에 떨 맥도먼드를 어떻게든 따뜻한 요기로 추위와 허기를 녹여주려는

    맥도먼드 남편의 애정이 묻어나는 뒷바라지 장면이다.

    맥도먼드와 그 남편은 이 장면으로,

    파고의 매섭도록 추운 날씨를 사랑과 애정으로 녹여주는 듯한 따뜻한 한 쌍의 연기를 잘 소화해 낸다.

    맥도먼드 부부의 이런 돋보이는 부부애가 역설감을 안기기도 한다.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런드가드, 그리고 그 아내의 처지와 묘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본 후 맥도먼드가 나오는 다른 영화 한 편을 봤다. 

    'North Country'라는 영화였는데, 탄광광부로 나오면서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연기가 역시 일품이었다. 

    스티브 부세미는 '아마겟돈'에 나온다.  괴쬐쬐하게 생겼는데 연기는 일품이다.

     

     

    (쇼월트 역의 스티브 부세미(오른쪽), 그림스루드 역의 피터 스토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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