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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컬 렉 션 2022. 7. 10. 09:41




    태평양 푸른바다의 절해고도에 꼼짝없이 홀로 갇힌 상황은
    상상 만으로도 아찔하지만, 더운 날씨 하나 만은 쿨하게 식혀줄 아찔함일 것이다.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나는 무더운 여름이면 항상 이 영화를 떠 올리며 보곤 한다.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태평양 바다, 그리고 그 망망대해의 무인도에 갇혀버린 
    조난자(cast away)의 절망과 아찔함, 허무감을 만끽시켜 주는 여름에 들어맞는 영화다.
    올 여름에도 나는 이 영화를 볼 것이지만, 여느 해와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2000년 영화가 나온지 22년 만에,

    나로서는 색다른 재미와 패러다임의 상상을 추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홀로 추락한 주인공 척(Chuck), 그리고 함께 추락한 수하물과 그 잔해들.
    척은 정신을 가다듬은 후 수하물의 잔해를 뒤져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건진다.
    그런데 이 영화를 연출한 저메키스(Robert Zemeckis)감독은 훗날 이런 조크를 했고, 
    나는 그것을 뒤늦게 본 것인데, 추락한 수하물들을 뒤지던 척이 미처 못 뜯어본 게 있다는 것.
    그게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다름아닌 방수용 ‘태양광충전 위성전화’였다는 것이다. 
    이것을 척이 그때 발견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척은 전화를 작동시켜 통화를 시도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구조대가 와 구조됐을 것이고, 
    그러면 척은 무려 4년이라는 악전고투의 오랜 세월을 무인도에서 보내지 않았도 됐을 것이고,
    그리하여 사랑하는 켈리와도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아무튼 이런 스토리의 전개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
    그것 하나 만으로도 더위는 벌써 저 만치로 달아나고 있다. 

    ……………………………………………………………………………………………………..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사고로 바다 한 가운데 , 無人島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조난자를 뜻한다.
    헐리우드 탑 스타 톰 행크스가 그 장본인이다.
    세계굴지의 물류 수송회사인 FEDEX의 유능하고 잘 나가는 직원이었던 그다.
    일진이 나빴을 것이다. 아니면 재수가 더럽게 없었던지.
    어느 날 회사 비행기 맥도널 더글러스 MD-11에 탑승해 태평양을 날아가다,
    비행기가 추락, 의식불명 상태로 표류 끝에 떠밀려 도달한 곳이 태평양의 한 절해고도.
    정신을 차리면서 살았다는 안도감에 젖어보지만 그것도 잠시,
    그 섬이 무인도라는 사실을 알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찾아오는 당황스럼과 절망감. 그러나 우리의 톰 행크스가 어떤 사람인가.
    포레스트 검프이고 밀러 대위(라이언일병 구하기)이고 마이클 설리번(로드 투 퍼디션)이 아닌가.
    이 영화에서는 척 놀랜드로, 또 하나의 영웅을 예고한다.


     




    척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아니 포기할 수 없다.
    사랑하는 켈리(헬렌헌트)를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일단 구조를 염두에 두고 해변 모래사장에 ’HELP’를 큰 글씨로 써 놓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살아 갈 여러 방도를 강구한다.
    몸을 누일 움막을 짓고, 사냥도구를 만들고, 불을 얻기위한 부싯개도 만든다.
    자연을 상대로 한 인간의 원시적인 생존방식 그대로이다.
    이때까진 그런대로 희망이 읽혀진다. 원시자연 속 그런 생활의 재미도 느껴지고.





    그러나 그런 생활이 그렇게 오래까지 이어질지 누가 알았을까.
    하루 하루를 그렇게 영위하면서도, 인간들이 사는 세상으로의 귀환에 대한 희먕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척은 서서히 절망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절해고도, 써놓으면 파도에 지워지는 ’HELP’처럼,
    구조는 무망한 상태에서 숱한 날들을 동물같은 생활로 연명해 나간다는 것.
    상상을 불허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것이다.




    영화는 이 쯤에서 인간이 그런 상황에서
    가장 절망의 상태로 빠져들게하는 화두 하나를 역설적으로 제시한다.
    바로 ’시간’ 이라는 것이다.
    물류 운송회사의 생명은 시간이다. 페덱스는 그 부분의 대표회사이다.
    척은 페덱스의 유능한 직원이다. 그는 누구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시간을 재고 다투는 일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던 척이다.
    그런 그가, 무인도에서는 시간의 덫에 갇혀 버린다. 시간개념이 없어져 버린다.
    시간의 흐름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는가.
    해가 뜨면 아침과 낮이고, 해가 지면 저녁이고 밤이라는 것 외의 시간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런 무망의 시간은 또 어떡할 것인가.
    희망이 사라져 버린 상태에서의 시간이란 죽음 그 자체인 것이다.
    무망과 절망, 그리고 절대고독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본능은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 본능의 한 류는 무엇일까.
    바로 자기와 같은 ’생물’을 만드는 것이다. ’윌슨’이 바로 그 ’생물’이다.
    함께 추락한 수화물을 뒤지다가 발견한 윌슨(Wilson)製 배구공에 척은 생명을 불어넣는다.
    공의 한 면에다 척은 다친 피묻은 손, 그 손바닥의 피로 ’윌슨’의 얼굴을 그려준다.
    그리고는 친구로 삼는다. 매일 바라보며 나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다.
    때로는 질문과 답으로 논쟁을 하면서 싸우기도 한다. 
    그나마 인간으로서의 애증을 그런 식으로 표하는 것이다.
    척이 배구공과 더불어 울고 웃고하는 이 부분에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뭔가 인간으로서 처절함마저 느끼게 하면서
    도대체 인간이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준다.





    그렇게 그렇게 해 4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그리고 ’윌슨’과 마지막 탈출을 시도한다. 아마도 ’윌슨’과 주고받은 합의가 그랬을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풍랑을 만나 친구인 ’윌슨’을 잃는다.
    척은 사라진 ’윌슨’을 애타게 찾으며 울부짖는다. 미안하다. 친구여, 미안하다.
    정말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낸 듯 절규하는 척의 모습에서 그가 무인도에서 겪은
    오랜 세월 고독과 절망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헤아리게 해준다.
    조난자를 다룬 영화의 엔딩이 항상 그러하듯, 
    척은 기나긴 고독의 시간과 탈출을 위한 악전고투 끝에 끝내 구조된다.




    그리고 다시 ’인간들의 세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 켈리는 이미 직장동료의 아내가 돼있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켈리와 작별하고 차를 몰고가던 중,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어둔 밤 갈림길에 홀로 선 척.
    비록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었을지언정 고독한 무인도에 홀로 있었을 때의 척을 연상시킨다.
    이 대목에서 문득 陶淵明의 한 싯귀가 떠 오른다.
    心遠地自偏…
    마음이 멀어지면 있는 곳 자체가 외진 곳이다.
    이 싯귀가 척의 그런 상황에서 떠 올려진 건 아주 복합적인 것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도 그렇게 읽혀진다.
    무인도는 태평양 푸른 바다에 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구든 사람들에게는 어디 어느 곳에있든, 고독의 무인도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
    현재 있는 곳 자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무인도가 될 수도 있다는것.
    그리고 그 곳을 벗어나는 문제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

    지난 2000년 로버트 저메키스(RobertZemeckis)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우리나라에는 2001년 2월 개봉)는 촬영을 전후 해 적잖은 화제를 낳았다.
    우선, 촬영이 수년 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것으로,
    그 이유는 주인공 척(Chuck Noland)으로 분한 톰 행크스의 면모 때문이다.
    무인도에서의 고초를 고스란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
    그 극적인 비교를 높이기 위해 톰 행크스는 촬영 전에
    통통하고 유복한 중년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몸무게를 무려 50파운드나 늘인다.
    그 모습으로 영화 전반 주요한 부분의 촬영을 끝낸 후 촬영은 중단된다.
    다시 몸을 무인도 시절의 그 것에 맞게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일년이었다.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



    척이 무인도에서 함께 추락한 수하물을 뒤지는 장면이 나온다.
    파티복, 아이스 스케이트, 이혼서류, 비디오 테입 등 잡다한 물건들.
    이 아이템들은 생존 전문가들의(survival experts)조언으로 꾸려진 것들이다.
    저메키스 감독은 영화를 만든 후 이런 조크를 했다. 무인도에 추락한 아이템들 가운데,
    척이 미처 못 뜯어본 것이 있다는것.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방수용 ’태양광충전 위성전화’였다는 것.
    이것을 척이 발견했더라면 4년이란 오랜 세월을 무인도에서 보내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작품 속광고(Product Placement)'도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바로 척이 몸담고 있는 세계적 물류운송회사 FEDEX와 척이 무인도에서 친구로 벗 삼은
    ‘윌슨’ 배구공의 제작사인 Wilson Sporting Goods社이다.
    Wilson社는 영화 개봉과 때를 맞춰 자사의 윌슨 배구공이 톰 행크스의 조연(co-starring)으로
    이 영화에 한 몫했다는 광고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회사 이미지를 크게 제고했다.
    실제 영화의 캐스팅 자막에도 Wilson the Volleyball이 분한 ’윌슨’이 소개된다.
    영화에 나오는 이 배구공은 나중에 경매에 부쳐진다. 낙찰가는 무려 1만8천4백달러였다.
    이 공은 현재 페덱스 킨코(FEDEX KINKO) 켄 메이(Ken May)의 댈러스사무실에 모셔져있다.

    페덱스도 이 영화를 홍보에 대대적으로 이용했다.
    당시 페덱스 CEO인 프레드 스미스(Fred Smith)는영화에 단역으로도 출연한다.
    영화 속 페덱스 항공기의 추락이 회사 이미지에 손실을 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이 영화 개봉으로 아시아와 유럽에서의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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