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운찬 斷想

정 운찬 씨가 신 정아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있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정 운찬 씨에 대한 감정은 별로 없다.

똑똑하고 무난하고 그저 그렇다는 분이라는 느낌 정도이다.

그러나 이번에 여러 문제, 이를테면 무슨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이나

신 정아 발언 파문을 접하면서 퍼떡 겹쳐지는 그의 모습이 있다.

 

인사동에 전라도 남원여자가 하는 술집이 있었다.

옥호는 밝히지 않겠다.

지금도 이 주막은 자리를 옮겨 헌법재판소 맞은 편에서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중반, 이 집을 많이 들락거렸다.

주인 여자가 애살이 많아 당시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들락거려,

덩달아 기자들도 많이 들락거렸다.

우리들은 좀 달리 대우를 받았다.

해서 우리들은 홀에 앉지 않고, 대문 옆 골방에 앉아 마시곤 했다.

그 방은 이를테면 VIP용이었던 셈이다.

1990년대 후반 정권이 바뀌면서 오는 손님들의 면면도 바뀌었다.

당연히 골방차지도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언젠가 한번 갔더니, 주인여자 왈,

저 방에 누구누구가 와 있는데 혹시 알면 인사라도 하라고 한다.

누군가 싶어 살그머니 들여다 봤다.

서너명이 앉아 술들을 마시고 있었다.

안면있는 사람은 둘,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머시기, 그리고 정 운찬 씨였다.

그 때까지 알고있던 정 운찬 씨에 대한 지식은 서울대교수 정도였는데,

유독 그 분이 각인된 이유는 바알간 얼굴 탓이었다.

나중에 술은 잘 못하는데 즐기는 편이라고 들었다.

그 이후로 어쩌다 그 집엘 가면 그 방엔 그 '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정 운찬 씨의 얼굴은 언제나 발갰다.

주인여자는 그 사람들을 자랑거리로 여기는 듯한 태도였다.

언젠가는 같이들 캐나다 여행을 한다고 자랑하더니 정말 같이들 다녀왔다.

 

그래서 나는 정 운찬이라고 하면 그 무렵,

술에 젖은 바알간 그의 얼굴이 유독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