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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을이었을 것이다. 중산리에서 올라 치밭목 산장 쪽으로 하산하면서 중봉 쯤에 머물렀을 때, 친구는 지리산 연봉을 물들이는 일몰을 한참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주흥아, 주흥아 인자 가자. 몇 번을 불러 가자고 했을 때도 친구는 무엇에 이끌린 듯 계속 석양의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리산의 무엇이 친구로 하여금 발길을 그토록 오래잡아 머물게 했을까. 지리산이 친구를 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하여 친구는 지리산의 너른 품에 안기고자 달려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은 지리산 품에서 영원을 느끼고자 하는 몸짓이었다.
지리산의 山氣는 몸과 마음의 덕지덕지한 모든 것을 털어 내 치유케 한다. 우리들은 그런 믿음으로들 지리산을 대하고 가까이 했다. 그 지리산이, 그 지리산의 산기가 친구를 휘감아 다시 일으켜 세워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덕지덕지한 병석에서 털고 일어나 다시 지리산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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