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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식충이처럼 마구 마구 먹는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김치가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꾸역 꾸역 씹고 있다. 먹는 중에도 분이 치솟는다. 어떻게 처지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나는 챙겨 먹을 것 다 챙겨 먹고, 나돌아 다닐 것 다 나돌아 다니고, 만날 사람 다 만나고, 마실 술 다 마셔대고 있는데, 친구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오늘 내일 하고 있다. 불쌍하고 가련한 내 친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친구 생각을 하면 내가 이렇게 무력할 수가 없다. 친구를 들쳐 업고 북한산으로 내 달리고 싶다. 백화사에서 내쳐 올라 의상봉 꼭대기에서, 손수 끓인, 국물이 진한 닭백숙을 친구에게 먹이고 싶다. 그러면, 그렇게 하면 친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도 못한다. 내 수족을 내가 묶어놓고 안타깝게 친구를 지켜보고만 있다. 그런 나는 도대체 친구에게 어떤 존재란 말인가. 멍충이, 식충에 병신일 따름이다. 그래서 화가 난다. 끝도 없는 울분이 나에게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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