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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 fromfear)'
    時事 터치 2019. 4. 16. 20:04

    수색 며칠채 쯤인가 침몰된 세월호 선체 수색과정에서 남녀고교생 주검 2구가 발견됐다. 그 시신의 형상이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 학생들은 구명조끼에 달려있는 끈으로 서로를 묶은 채 떠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 어린 학생들은 왜 그렇게 서로를 묶고 있었을까. 배가 침몰되고 선실에 물이 차면서 그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 순간 얼마나 무섭고 힘들고 괴로웠을까. 그래서 그들은 그 순간이나마 함께 공포에 맞서려고, 살려고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었을 것이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한 구조원의 증언도 학생들이 당했을 그 순간의 공포를 대변한다. “물 속 어린 시신은 손이 떠 있어요. 저 좀 구해 데려가라고 손짓 하는 거예요.”

    이번 진도 앞바다 세월호 대 참사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가의 안전 시스템으로부터 얼마나 외면당하고 있는가를 철저하게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이 국가의 보호와 배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것은 공포와 죽음이고, 그에 직결되는 과정이라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이런 나라라면 나라가 아니고 국민도 국민일 수가 없다. 국민들로써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지 국가가 있기 때문에 국민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안전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게 이번 사건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망가졌고 모든 게 참담한 부정과 부실로 엉켜진 복마전이었다. 사람들도 그렇고 장비와 시설들도 그렇고 시스템도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 하늘은 안 무너지고 땅은 꺼지지 않는다는 당연한 상식이 통할 리 없다. 대한민국의 4월은 분명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상황이 도래했을 정도로 모든 분야가 썩고 문드러진 지경에 이르고만 것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 32대 대통령은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본격 참전이 요구될 시점인 1941년 1월 6일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한다. 여기서 미 국민들에게 ‘4개의 자유(Four Freedoms)’를 강조하고 그 자유를 고수할 것을 다짐한다. 말하자면 미국이 전쟁에 참가하는 나라로서 갖고 지켜야 할 4개의 가치를 말한 것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가 그 것이다. 앞의 3개의 자유도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4번 째 ’공포로부터의 자유‘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외부의 위협이나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대전제라는 점에서 미국의 오늘을 있게 한 큰 요인으로 평가받는 대목이다.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 ‘4개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2차 대전에 참전했고 결국 승리로 이끈다.

    세월호 침몰 14일 째가 되는 날,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고 했다. 이에 앞서 국무총리도 사의를 표했다.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지만, 수습국면으로 가기위한 수순으로 보여 진다. 대통령의 고충은 안다. 그러나 여전히 뭔가 아쉽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앞으로의 여러 재난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진정성 담긴 강력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 재난과 안전을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 격의 전담부처 설치로, 그 부처는 이름 하여 ‘국가안전처’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산 게 관료들의 행태였다는 것을 박 대통령이 모를 리가 없다. 전담부처라는 게 결국은 철가방 관료들로 채워질 신설부처라면, 그 것은 더 이상 대책일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이 절치부심의 의지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국민들은 바랐다.

    그 것은 무엇인가. 현장경험 많은 실무전문가를 망라해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이 재난의 공포로부터 떨고있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무엇이 옳은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수색작업이 한창이던 그 해 5월 초 썼던 글입니다. 모든 책임이 박근혜에게로 귀결되고 있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만, 박근혜의 지금 처지를 생각하면 필설로 표현 못 할 막연한 금석지감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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