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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도 '1면 전면광고'(?)時事 터치 2019. 4. 22. 14:36
22일 오늘 아침 배달된 조선일보가 좀 이상했다. 아이가 출근하면서 현관에 던져놓은 조선일보가 눈에 들어왔는데, 접혀진 1면이 사진으로 도배됐기 때문이다. 무슨 큰 사건이라도 일어났나 싶어 신문을 집어 들고 봤더니, 기사 같기도 하고 기사 같지 않기도 해 좀 자세히 들여다 보다, 픽! 웃음이 나왔다. 기사가 아닌 광고였던 것이다. 자사 여기자가 어떤 사건현장에 특파돼 어려운 조건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사진과 기사, 아니 글로써 만들어진, 사건현장을 발로 뛰는 조선일보의 기자정신을 선전하기 위한 광고성 기사였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조선일보를 선전하기 위한 1면의 전면 광고기사였던 것인데, 1면 상단에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로고가 있는 것으로 보아 창간 100주년에 관련된 자사 PR광고였던 셈이다.
뭐랄까, 한 순간이나마 좀 우롱당한 느낌이었다. 신문은 1면이 핵심이다. 그 날의 가장 큰 뉴스가 1면에 실리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1면에 눈길을 주었는데, 그게 광고이고 그 면을 넘겨야 본지의 진짜 1면이 나오니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신문지형에 맞춰 4면으로 별도 제작해 본지를 감싸고 있는 광고인 것인데, 마지막 면에는 기업광고를 실었다. 이런 광고를 보면서 나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본지를 감싸고 있는 광고이니 '래핑(wrapping)' 광고가 아닌가 하는 것. 아무튼 이런 광고를 보고 뭔가 좀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조선일보마저 이렇구나... 하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나라 종이신문 가운데 판매부수 등 여러 면에서 최고의 상위 신문이 조선일보 아닌가. 조선일보 스스로 타 신문과의 차별성을 앞 세워 항상 내 걸고 있는 게 '일등 신문'이다. 그 '일등 신문' 조선일보마저 독자로부터의 비판을 감수하며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한다는 것은, 신문사 제반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날 '1면 전면광고'가 각 신문들 가운데 처음의 것은 아니다. '1면 전면광고'를 가장 먼저 치고 나온 신문은 중앙일보(3월 11일짜)다. 이런 점에서 조선일보는 '1면 전면광고' 부분에서는 '일등 신문'의 지위를 놓쳤다. 물론 광고의 내용은 다르다. 중앙일보는 완전한 상업광고였던 반면 조선일보는 자사PR과 상업광고를 반반씩 섞은 광고라는 게 다른 점이다.
종이신문 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웬만한 뉴스나 속보는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데, 별도로 구독료까지 내어가며 종이신문을 구독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고 또 한편으로, 어쩌면 이게 자연스런 시장 원리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친구들끼리의 자리에서 종이신문 두 개를 구독하고 있다고 했다가 무슨 신석기 사람이냐는 농담조의 핀잔을 받은 적도 있다. 종이신문이 나락의 단계를 지나 이른바 구닥다리의 산물로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이신문이 없어질 운명에 다다랐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종이신문이 아무리 사정이 어렵다해도 없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종이신문이 갖는 친근성, 심층성, 편리성 등 여러 보편적인 가치는 거의 인류의 생활과 밀접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종이신문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신문사 별로 독자확보와 광고확대 등 살아남기 위한 각종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의 이런 '1면 전면광고'도 그런 자구책의 일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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