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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책 살려내기
    컬 렉 션 2019. 6. 12. 17:55

    책을 겨우 살려냈다. 군데 군데 낡고 닳아 부스러질 정도였는데, 풀로 바르고 테이프로 붙이고 다리미로 누르고 했더니, 그나마 옛 책의 모양은 갖췄다. 이렇게 한 데는 사연이 있다. 좀 오래 전에 전후 일본문학에 관한 글을 올리며, 미시마 유키오,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다룬 적이 있다. 그 때 참고로 한 책이 1960년 신구문화사에서 출간된 '일본 戰後문제작품집'이다. 그런데 며칠 전 어떤 분이 문의를 해 왔다. 일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미시마 유키오의 '신문지(新聞紙)'라는 소설을 이름만 들었지 우리 말로 번역된 것을 읽어보지 못했다면서, 위의 책에 수록된 그 작품을 어떤 방법으로든 좀 읽어볼 수 없겠느냐며 '절실하게' 요청을 해 왔다.

    그 학생에 따르면 미시마 유키오의 '신문지' 번역판을 아무리 찾았으나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 학생의 미시마 유키오 소설에 대한 관심과 공부도 그렇고 그 정성이 갸륵하게 느껴져 어떠한 방법으로든 읽게해주고 싶었다. 서재를 뒤져 어렵게 책을 찾았다. 한 반나절은 뒤졌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막상 찾아놓고 보니 책이 문드러지기 일보 직전이라 도저히 그 상태로는 들고 볼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 학생의 부탁에 부응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하기야 반세기 훨씬 전에 나온책이니 온전할 리가 없다. 어떡할까 생각하다 책을 '수리'해 보기로 했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표지도 그렇고 속지도 그렇고 종이가 너덜해져 부스러지고 있었다. 그걸 일일이 낱장 씩 잘 펴고 눌러 페이지로 조심스럽게 연결했다. 풀을 바르고 테이프로 붙이고... 대략 두어 시간 정도 걸렸는데, 눈도 안 보이고 손도 떨리는 처지라 쉽지않은 작업이었다. 펴고 붙이고 바르고 하니 책이 제법 원형의 모습을 갖추기는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책을 살려낸 것 같아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하다. 이제 그 학생에게 어떤 방법으로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는데, 그건 그것대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그런대로 책답게 수리해놓고 보니 이 책과 함께 있던 다른 옛 책들도 눈에 밟힌다. 그 중에서도 역시 1960년대에 을유문화사에서 펴낸 '古文眞寶'(최인욱 역)도 책이 역시 사그라지기 일보 직전이다. 옛날 밑줄치고 읽었던 손 때 묻은 책이라 보기가 안타깝다. 이 책도 손을 봐 살려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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