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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위먹은 18일 북한산 산행
    村 學 究 2010. 9. 19. 07:10

    오늘은 구파발 코스를 택했다.

    오랜 만에 중성문도 보고 싶고,

    대남문으로 가는 호젓한 숲길을 오르고 싶어서다.

    추석 연휴가 실제로는 금요일부터라고 해서

    서울에 사람들이 좀 없을 줄 알았는데,

    북한산은 그 게 아니다.

    아침 9시도 안 됐는데, 구파발 버스 정류소는 만원이다.

    사람들 틈에 끼어 겨우 북한산성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성 매표소로 가는 입구엔 산행객들로 붐벼 복잡하다.

    그기다 공사하는 곳은 또 왜 그리 많은가. 

    아침 뙤약볕이 강렬하다.

    절기상으로 입추 지난지도 오래됐고,

    추석을 코 앞에 뒀는데도 날씨는 한 여름 못지 않다.

    그늘로 가면 시원하지만, 양지 쪽은 뜨겁기 그지 없다.

    이런 상황이니 산행 시작이 산뜻하지 못하다.

    대서문 쯤 가니 땀이 비오듯 한다.

    땀 닦을 마땅한 게 없다.

    수건 챙기지 못하고 나온 게 정말 후회스럽다.

    그런데 또 왜 그리 힘이 드는가. 다리도 이상하게 아프고.

    산성 안 가계들 모두 철거한다고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백운대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엔 아직도 몇몇 가계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중성문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도저히 갈 수가 없다.

    한참을 쉰다. 땀이 너무 많이 흘러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담아 온 물은 벌써 미지근해졌다. 갈증과 더위에 별 도움이 못 된다.

    시원한 물이 그리워 인근의 샘물에 갔더니 폐쇄 일보 직전이다.

    당연히 '음용불가'라는 붉은 줄 표시가 새겨져 있고.

     

     (중흥사를 지나 대남문으로 올라가는 숲길)

     

    중흥사를 지나 겨우 대남문으로 가는 숲길로 접어드니 좀 났다.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고, 숲이라 바람도 좀 있다.

    그래도 왜 그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아침으로 안 막어서 그런가.

    아니면 몸에 이상이 온 것인가.

    하기야 어젯 밤 꿈이 좀 좋지 않았다.

    먼저 간 친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집 나오기 전 아내에게 그 얘길 했더니, 조심하라고 한다.

    친구인데 왜? 했더니, 추석이라 보인 모양인데 어쨌든 기분이 그렇다는 것.

     

    중흥사에서 대남문까지가 그리 길게 느껴지기는 정말이지 처음이다.

    몇 번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배는 고프지 않은데 그렇게 힘이 든다.

    땀은 비오듯하고, 다리는 무겁고, 몸은 다리와 딴판으로 노는 것 같고.

    대성문 암자 곁에 샘물이 있다. 그 시원한 물 한잔이면 되겠지.

    그러나 그 곳도 폐쇄됐다. 목이 더 마르다.

     

     (대남문에서 바라다 본 구기동 계곡)

     

    겨우 대남문에 도착했다. 망루에서 구기동 계곡을 내려다 보니 좀 시원하다.

    자, 이제는 어떡할 것인가. 그냥 내려갈까, 아니면 사모바위 쪽으로 갈 것인가.

    친구들이 아마도 상명대 쪽에서 사모바위로 오고있을 것이다.

    얼굴이라도 봐야 하지 않겠나.

    기왕 갈 것, 청수동 암문을 버리고 문수봉으로 가자. 

    그리고 오랜 만에 바위 한번 타 보자.

    생각은 좋았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붙으면서 후회막급이다.

    바위 위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니, 송두리채 맞을 수밖에 없다.

    문수봉을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허겁지겁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딴에는 기분 전환삼아 음악을 모짤트의 클라리넷 협주록으로 바꿔 들으며 내려가려고 했는데,

    초입에서 꺼 버렸다.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수봉에서 사모바위 가는 길도 허겁지겁이다. 몸이 풀풀 날릴 정도로 힘이 든다.

    바위 동굴길을 지난 어느 지점에서 요기를 했다.

    컵라면을 먹으려 배낭을 푸는데, 보온병을 떨어뜨렸다. 모든 게 걸리적 거린다.

    한참을 내려가 겨우 주워 와 겨우 끼니를 때웠다. 

     

     

     

    사모바위 부근에 친구들은 없었다.

    점심을 먹을 무렵이라,

    항상들 잘 가는 승가사 길 맞은 편 언덕에도 갔지만 없다.

    가자. 그냥 내려 가자. 컨디션도 안 좋은데 만나면 뭐 하겠나.

    구기동에 겨우 도착하니 몸 상태가 정말 안 좋다.

    항상 가는 목욕탕 앞에서 망설인다. 목욕을 할까 말까.

    몸은 땀으로 가득 젖었다. 땀에 전 윗도리엔 소금자욱까지 생겼다.

    정말 이렇게 힘든 산행 처음이다.

    왜 이런가.

    나만 이런가 하는 생각에 다른 산행객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덥기는 더운 모양이다. 다들 땀에 절었고 피곤한 표정들이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날씨 때문이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좋을 데로 생각하는 게 좋다. 동병상련도 좋고.

     

    "산에서 내려 왔다. 컨디션 난조로 집에 가고 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빠꾸해서 목욕탕으로 오이라. 얼굴 한번 보자"

    답신.

    "죽겄다. 고마 집에 갈란다"

    재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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