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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 마누라로부터 한 소리 들었다.
사람이 어째 그럴 수 있느냐는 것.
여름 웃도리를 세탁소에 맡겨놓은지 좀 됐다.
수퍼마킷 가는 길에 세탁소에 들렀다.
아파트 동.호수를 얘기하니, 옷과 넥타이를 꺼내다 준다.
내 것이 아니다. 가만보니 아들녀석 것이다.
내 옷을 얘기했더니,
맡긴지 좀 오래되서인지 한참을 찾다가 가져다 준다.
옷을 꺼내주면서 아주머니 하는 말,
모두 아저씨네 것이니 같이 찾아가시지요.
그래야지요 하다가 문득 생각하니 돈이 맞지 않을 것 같다.
수퍼마킷에서 뭘 사고나니 만원짜리 한장 달랑 남았다.
얼마냐고 물으니 아들 것이 5천원, 내 것이 8천원이다.
안 되겠다 싶어,
아들 것은 아들이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아주머니가 빤히 쳐다본다.
저녁에 마누라가가 들어오는데, 뭔가를 잔뜩 들었다.
그 가운데 아들녀석의 그 옷과 넥타이도 있다.
식탁에 짐들을 놓으면서 마누라가 투덜댄다.
사람이 어째 그럴 수 있느냐. 어떻게 자기 옷만 찾아올 수 있느냐는 것.
세탁소 아주머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던지,
아들 옷 안 찾아간 것을 마누라에게 고자질 한 것이다.
달리 할 말이 없다. 돈이 없어 그랬다고 말 하는 것도 그렇고.
어, 그 거 그 기 말이지...
마침 그 때 아들녀석이 퇴근해 들어오다가,
자기 옷이 놓여있는 것을 보곤 뭔 일인가 두리번거린다.
아들을 보니 갑자기 죄지은 양 얼굴이 화끈거린다.
마누라는 나의 그런 태도엔 관심이 없다는 듯,
아들만 챙긴다.
옷하고 넥타이 찾아왔다. 어디다 걸어 놓을까.
설악산 대청봉,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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