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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 세상 뜨신지도 까마득해졌다.
지금은 가본지 좀 돼 모르겠지만, 예전 인사동 '귀천'에 가면 천 시인의 사진이 몇 장 걸려있었다.
'귀천'은 두 군데였다. 목순옥 여사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하던 '귀천'은 학고재 골목 안의, 풍금이 놓여있던 옛 '시인과 화가' 자리다.
거기에 걸린 천 시인의 빛 바랜 사진은 시인의 옛 마산중학교 시절 급우들과 함께 찍은 것이다.
다 까만 양달양 교복을 입은 고만고만한 얼골들이라 그 속에서 천 시인을 발견해내기 어려워, 얼큰해져 갈 땐 목 여사에게 더러 물어보기도 했다.
지난 4월 모처럼 갔을 때도 그 사진 속에서 천 시인을 발견해내지 못해 조카 분께 물어보기도 했다.
학고재 골목 이전의 옛 '귀천'엔 천 시인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사진이 있었다.
나는 얼마 안 되는 천 시인의 사진들 중에 이 사진을 제일 좋아한다. 사진을 보며 지금도 나는 곧잘 묻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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