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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ltzing Matilda'와 'On the Beach'
    컬 렉 션 2019. 8. 29. 13:56

    아침 도서관 가는 길에 이 노래가 나온다. '월칭 마틸다(Waltzing Matilda).' 호주 민요로, 많은 가수들이 불러 여러 버전이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슬림 더스티(Slim Dusty)의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떠 오르는 영화가 'on the Beach'다 우리 말 제목으로 '그날이 오면'이다. 미. 소 핵 전쟁으로 인류의 멸망을 앞두고 방사능 낙진이 제일 늦게 도달하는 호주에 몰려든 세계 각국의 군상들이, 그런 절망의 가운데서도 이런 저런 삶을 영위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살아남고자 하는 희망을 갖고 버티지만 결국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시사점을 던지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바로 이 영화에서 'Waltzing Matilda' 이 노래가 주제가처럼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다. 노래의 리듬은 단순하고 경쾌하다. 또 제목이 waltzing matilda이니 말 그래도 월츠를 추는 마틸다가 아닌가. 그러니 즐겁고 경쾌한 내용의 노래일 것인데, 알고보면 그렇게 즐거운 노래인 것만은 아니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waltzing matilda라면, 월츠 춤을 추는 마틸다라는 해석인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문구는 다른 뜻을 담고있는 것으로, 그 유래는 모르겠지만 '방황하는 유랑'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노래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You'll come a waltzing matilda with me..." 이는 의역적으로 나와 함께 왈츠를 추자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유랑의 길을 떠나자"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이 영화와 이 노래가 매칭이 된다. 그리고 경쾌한 리듬도 웬지 모르게 좀 우울하게 들린다. 그러니까 영화의, 인류멸망의 상황에서 생명과 희망을 찾아 이리 저리 방황하는 군상들을 유랑의 무리로 표현하고 있는 노래인 것이다.

    지하철에서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런 노래의 해석이 맞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들으면 들을수록 웬지 자꾸 우울해져 가는 노래다. 어쩌면 지금 돌아가는 세상과도 매칭이 되는 노래이지 싶기도 하고.

    참고로 'on the Beach' 이 영화는 1959년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작품으로,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 그리고 안소니 홉킨스가 나온 흑백 영화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영어를 가르치던 하홍근 선생님으로부터 이 영화 얘기를 처음 들었다. 그걸 기억했다가 후에 찾아서 몇 번 봤다. 집에 dvd가 있지 싶은데, 오늘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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