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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鷺山 이은상의 '兩章時調'
    컬 렉 션 2019. 10. 12. 18:34

    "뵈오려 안 뵈는 님 눈 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 되어지이다."
    ('소경되어지이다' 1931. 10. 20)


    '양장시조(兩章時調)'
    두 개의 장으로 된 형식의 시조인데, 어디서 말은 들은 듯 하지만, 작품으로는 처음 대한다. 다름아닌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조집에서다. 1932년 판 '노산시조집'에 이 시조들이 수록되어 있다. 선생은 '양장시조試作' 篇이라는 별도의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이 시들을 게재하고 있다.
    원래 시조는 3장 6구로 구성된 3행시가 전형적인 것이나, 1930년대 현대시조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변형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양장시조'는 그 무렵에 나온 형식의 시조인데, 3장에서 중장은 없고 초장과 종장으로만 이뤄진 시조다.
    이런 형식의 양장시조를 노산 선생이 처음으로 시도해 '노산시조집'에 발표한 것이다. 노산 선생은 당시 양장시조와 관련해 "시조처럼 짦은 형식의 문학에서 3장은 너무 낭비라 하여 중장을 생략하는 형식을 시도해본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산시조집'에는 모두 6편의 양장시조가 수록돼 있다.
    '소경되어지이다' '달' '입담은 꽃 봉오리' '사랑' '밤ㅅ비 소리' '山우에 올라' 제하의 시조들이다. 노산은 이 양장시조들을 1931년에서 32년 사이에 만들었다. 노산 선생의 이런 양장시조 시도와 작품은 그만큼 우리나라 시조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선생의 양장시조에서는 언듯 일본의 노벨상 수상 소설가인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손바닥소설 (掌編小設)'을 떠 오르게 한다. '장편소설'은 손바닥이라는 의미 그대로 아주 작은 분량의 소설을 말하는 것으로, 야스나리는 '장편소설'을 시도해 적잖은 작품을 남겼다.


    "천하 惱苦人들아 밤 빗소리 듣지마소
    두어라 이 한 줄밖에 다 써 무엇하리오."
    ('밤ㅅ비 소리', 193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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