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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汶 山
    추억 속으로 2019. 11. 23. 19:57

    문산. 아침에 일산 오일장 가려다 내친 김에 왔다. 문산은 나의 군 시절의 고달픔과 추억이 담겨있는 곳이다.

    1973년 10월, DMZ에서 어떻게 임진강 건너, 그러니까 군대용어로 페바(FEBA)로 전출이 됐다. 그 때 문산으로 나와 광탄의 1사단 보충대로 갔다. 문산까지 나를 인솔해준 15연대 인사계 상병이 있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지금껏 기억한다. 박평양. 진주고 출신이라고 했다. 문산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면서 같이 순대국밥을 한 그릇 했다.

    내가 물었다. 어떻게 내가 강을 건널 수 있게 됐는가. 그 양반 대답이 이랬다.

    "니는 진짜 운이 좋은 놈이다. 사단에서 280(무선통신정비) 주특기 한 명을 올리라 했다. 15연대에 모두 8명의 280 주특기자가 있었다. 인사카드를 주-욱 펼쳐 봤다. 내가 경상도라 우선 경상도부터 골랐다. 3명이었다. 그 중에 마산고를 나온 사병이 한 명 있었다. 그게 바로 니다. 그래서 니를 골랐다. 골라 올린다고 설발돼 강을 건널 수 있는 건 아닌데, 여하튼 니는 지독히 운이 좋은 놈이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나 졸업 후 진주고와 경쟁관계가 심했다. 그런데 객지에서들 만나면 그렇지 않은 게 마산고와 진주고의 관계다. 세월이 흐른 후 그 때 나를 강을 건너게 해 준 박평양이라는 양반이 가끔씩 생각이 난다. 진주고 출신이라니까 어떻게 하면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산이 그 때의 문산이 아닌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제일 번화한 자리에 있던 시외버스주차장은 이미 없어졌다. 터미널이 있기는 한데, 주차장은 없고 버스도착 시각을 알려주는 신호기 두 대와 긴 의자가 놓여있는, 그냥 버스가 왔다갔다 하는 차량 반환지점일 뿐이다. 그래도 아래 위 도로를 보니 사십 수년 전 주차장이 있었던 그 때 그 자리가 어렴풋히 기억은 났다.

    문산 역도 마찬가지다. 옛날의 시골 역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도 좀 서성대며 걸어보니 옛날의 기억들이 조금씩 묻어나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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