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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지막 날의 청계산 산행즐거운 세상 2019. 12. 1. 19:56
청계산은 오랜만이다. 특히 의왕 청계사 쪽에서는 오르는 건 지난 2014년 겨울 한 차례 오른 이후 처음이다. 이즈음 들어 집에서 먼 의왕 쪽으로 주말 왕래가 잦다. 그 동네에 사는 후배들 때문이다. 두 후배가 평촌의 같은 동네 아파트에 살고있는데, 이 둘이 주말이면 산을 오르거나 걷기를 하면서 나를 '초청'한다. 10월 들어 두 차례나 수리산 임도를 걷기도 했다.
인덕원 역에서 10번 버스를 타고 청계사 쪽으로 가는데, 눈에 익은 풍경이 나타난다. 기억을 떠 올려보니 2016년 책 출간을 하면서 출판을 맡겼던 출판사가 있는 동네다. 그 때 두어 차례 출판사를 들렀고, 김예옥 사장과 식사도 했다. 그 동네를 조금 벗어나니 '옥박골'이라는 곳이 나온다. 2014년 청계산 종주산행 때 들머리로 삼은 곳이다.
나를 포함해 일행은 4명이다. 평촌 후배 외에 다른 후배도 한 명 나왔다. 산행 코스로 국사봉을 거쳐 이수봉까지로잡았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좀 부는 게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국사봉 가는 산길은 좀 가파르다. 그기다 바위가 많은데다 낙엽이 엄청 쌓여 걷기가 수월치 않다. 낙엽 쌓인 바위 길은 조심해야 한다. 잘못 디디면 미끄러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올라야만 했다. 능선 쪽으로 붙으니 부는 바람이 좀 차다. 누군가 혼잣 말로 햇볕이 그립다고 했다.
능선에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는데, 한 후배가 막걸리를 꺼낸다. 엊저녁에 마신 술이 좀 깨는 모양인데, 해장술이라며 마신다. 나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나는 능선에 올라 국사봉에 다다랐을 무렵에 몸이 좀 풀렸다. 국사봉에서 이수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평탄하고 좋다. 날이 좀 개이며 햇볕이 났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니 콧노래가 나온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엊저녁에 술을 마신 후배가 배가 고픈 모양이다. 정오도 되질 않았는데, 좀 일찍 점심을 먹자고 했다. 이수봉이 바라다 뵈는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후배들의 배낭엔 저마다 먹거리가 푸짐했다. 꺼내 펼쳤더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전복과 돼지고기 조림에다 과메기, 떡, 소시지, 무우김치 등 다양하다. 막걸리까지 준비해 왔다. 따뜻한 양지에 옹기종기들 앉아 맛있는 안주에 이런저런 세상사는 얘기를 주고 받으며 마시니 막걸리 세 병이 후딱 비워졌다. 좀 아쉬운 술은 이수봉에서 보충(?)했다. 막걸리 한 잔에 2천원이다. 멸치와 마늘쫑 안주는 무료다. 막걸리 기운에 하산 길은 즐거웠다. 이수봉에서 다시 청계사 쪽으로 내려온, 말하자면 회귀산행을 한 것은 이유가 있다. 한 후배의 텃밭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한 때문이다. 텃밭 관리하시는 분이 준비를 다 해 놓았다. 돼지고기 샤부샤부라는것인데, 나로서는 처음 먹어보는 것이다. 텃밭에서 기른 배추와 대파 등을 된장육수에 푹 삶아 부드러운 돼지고기 등심을 살짝 익혀 먹는 것인데,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다. 술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위스키에 맥주, 그리고 소주. 맛있고 즐겁게 먹고 마시며 산행을 마무리 했다. 만보계를 보니 13 km 정도 걸은 거로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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