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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phie Zawistowski
    컬 렉 션 2020. 4. 16. 10:34

    그렇게 기대했던 선거가 허망하게 끝난 오늘 아침,
    갑자기 왜 이 여인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이 여인이 자꾸 떠오릅니다.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숙명으로 받아들여 생을 마감한 여인.

    문득 나는 이즈음 소피(Sophie)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답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입니다.

    역시 아직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영화와 책을 접한 이후 삼십 수 년이 흘렀습니다만,

    아직 그렇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범주 속에 항상 소피는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치와 홀로코스트는 소피를 연상케 하는 키워드입니다.

     

    소피 짜비스토우스키(Sophie Zawistowski).
    그녀는 월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2006년 타계)이 쓴,
    ‘소피의 선택 (Sophie's Choice) 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인 여자입니다. 
    나보다 한 세대 건너에 있는 폴란드 여인으로,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치 수용소에 있었던 유태인 아닌 유태인이지요.

     

    “나로 하여금 선택케 하지 말아 주세요! (Don't make me choose, please!)"
    灰暗빛 어둠 속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길게 늘어선 유태인 행렬 앞에서 소피는 소리칩니다.
    이 단말마적인 말은, 그러나 하나를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나락으로 내몹니다.
    그리하여 아들과 딸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그러나 소피는 사랑하는 자식들 둘 다를 잃습니다.

    그리고 뉴욕.
    餓死직전 진주한 연합군에 의해 살려진 소피가,
    어쩌지 못하는 생명을 보듬고 내몰린 곳.
    거기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광기어린 유태인 천재 네이단 (Nathan).
    그리고 소피와 네이단의 절망적인 사랑.
    모든 것을 다 잃은 소피에게 사랑이란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그 것은 차라리 광기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광기가 오히려 위안과 안식이 될 수밖에 없는...
    둘 간의 사랑은 그래서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미친 듯이 서로에게 몰두하지만, 네이단의 광기는 물과 불의 극단을 오갑니다.
    그들의 사랑이 죽음으로 끝을 낼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지요.

     

    순수함으로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소설가 지망생 스팅고 (Stingo)가 소피를
    ‘정상적인 사랑’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을 소피에게 던집니다.
    그러나 소피는 스팅고와의 ‘정상적인 사랑’ 대신 네이단과의 동반 자살을 택합니다.

    Ample make this bed.
    Make this bed with awe;
    In it wast till judgment break
    Excellent and fair.
    Be its mattress straight,
    Be its pillow round;
    Let no sunrise yellow noise
    Interrupt this ground
    (이 쓸쓸한 침상 위에
    찬란한 빛이 비추이게 하라.
    심판의 새벽이 올 때까지
    이 빛나는 아침
    이불깃 똑바로 접고
    베게도 두둑이 두어
    아침 햇살 외 그 어떤 것도
    감히 훼방치 못하게 하리)

    함께 기거했던 브루클린의 하숙집 이층.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권총으로 자살한 소피와 네이단의 주검 옆에
    펼쳐진 채 놓여진 시집 속의 詩.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의 詩 입니다.
    소피는 네이단과 함께 동반자살을 선택함으로써 절망과 고통을 마감코자 한 것입니다.
    그녀의 이 마지막 선택이 안타까움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놓입니다.  왜 그럴까요.
    에밀리 디킨슨의 詩처럼, 소피의 쓸쓸한 침상을 아침햇살만 비추도록,
    그녀를 이젠 놓아주게 됐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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