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걷는 산책 길은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다. 어쩌다 드문 드문 지나치는 몇몇이 있을 뿐이다. 그 분들은 대개 대곡 역의 이른 전철을 타기위한 사람들이다. 오늘도 그랬다. 그런데 오늘은 나처럼 길을 오가는 한 사람을 만났다. 산책 나온 것 같은데, 여인이다.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를 쓴 젊은 여성이다. 두번 마주쳤을 때 눈 인사를 주고 받았던가, 아닌가. 세번 마주치려 했을 때, 그 여인은 길섶에 주저앉아 뭔가를 보고 있었다.
내가 길을 돌아올 때까지도 그 여인은 길섶에 주저앉아 있었다. 마침내 그 여인을 지나치려는데, 그 여인이 일어서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뭔가를 건넨다. 네잎 클로버였다. "가지세요." 나는 엉겁결에 받으며 한 마디 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길을 걸으며 뒤를 보니 그 여인은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걸어오고 있었다.
집으로 와 아내에게 네잎 클로버를 보이며 그 얘기를 했더니, 아내는 두터운 책에 네잎 클로버를 꽂아 놓았는다. 빨리 시들기 전에 그래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행운으로 여기고 있는 듯 했다.
'mis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꽃 대신 새끼오리 (0) 2020.06.14 슬픈 손 (0) 2020.05.29 'Famous Blue Raincoat' (0) 2020.05.16 묵 주 (0) 2020.05.06 五 月 (0) 202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