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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ous Blue Raincoat'misce. 2020. 5. 16. 17:12
호수공원을 걷고 있었다. 꾸무적한 하늘이 이따금씩 실비를 흩뿌리고 있는 호수 길이다.
어느 한적한 길의 벤치에 눈에 익은 사람이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
글 쓰는 그 사람이다. 연필로만 글을 쓴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걸 타이틀로 한 책을 냈었고,
나는 그 책을 보았었지.
벤치 앞을 지나치면서 나는 그에게 눈길을 주었지만, 그는 멀리 호수만 물끄러미 바라다 보고 있다.
그 지점에서 내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에서 흘러 나오는 레너드 코헨의 'famous blue raincoat.'
나는 이 노래가 그의 귀에 들려지기를 바랬다. 그는 스쳐 지나가는 이 노래는 듣고 있었을까.
'The last time we saw you, you looked so much older
Your famous blue raincoat was torn at the shoulder'
노래는 흘러 나오고 있었고, 나는 걷고 있었고, 실비는 내리고 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는 여전히 호수만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코헨의 목소리는 뿌옇게 뿌옇게 흩뿌려지는 실비 속에 젖어가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