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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짜 조선과 중앙일보의 1면이다. 오늘짜를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제 떠들썩하게 치러진 故 박원순의 영결식 그 다음 날이라서다. 두 신문 모두 박원순 영결식에 관한 보도는 1면에 한 줄도 없다. 뒤 쪽으로 밀렸다. 다른 신문들은 모르겠으나 대동소이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1면 사진으로, 세찬 비가 내리는 광화문 광장에 우산을 쓴채 길게 줄을 선 故 백선엽 장군 추모 행렬을 싣고있다. 중앙일보는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피해자인 전 비서가 자신의 변호사에게 폭로했던 입장문을 1면 톱으로 싣고있다. 전문이다.
두 신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박원순과 백선엽, 이 두 죽음을 놓고 봤을 때, 국민들에게는 백선엽 장군의 죽음이 '빛'이라면, 박원순의 그것은 '어둠'이 아닐까라는 것. 신문은 그런 국민적 여론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는 보았다.
좌파들은 이를 두고 '조중동' 운운으로 보수골통 신문이라는 진영논리로 몰아붙일 것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여론의 반영이고 상식이다. 말하자면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며칠 간을 떠들썩하게 박원순의 죽음을 미화하며 치른 영결식이 권력주도의 '관제 추모' 행사였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 그리고 국민들이 진정 추모할 대상은 故 백선엽 장군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박원순의 죽음을 각양각색의 스피커를 통해 미화하려 했지만, 국민들은 박원순의 위선적인 행태, 그리고 죄악의 실체를 알고있다는 것이고, 대신 아무리 축소하고 왜곡하려 해도 나라를 지킨 진정한 애국자가 백선엽 장군이라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으로서는 이건 한 마디로 자신의 업보가 아닌가 싶다. 그 사유와 동기가 어쨌든 스스로 자진한 그 자체부터가 우선 그렇다. 권력은 박원순의 위선을 끝까지 감추며, 그의 죽음을 이용하려 했다. 그래서 관제의, '서울시민장'이라는 화려한 영결식을 밀어부쳤다. 하지만 권력의 이런 짓거리가 오히려 안 그래도 욕된 죽음에 이른 박원순을 죽어서도 더 욕되게 하고있는 것도 그렇다.
天網恢恢 疎而不失(천망회회 소이불실, 하늘의 그물망은 성기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老子의 도덕경 '任爲篇'에 나오는 말이다.
의역적으로 풀이하자면 하늘의 그물은 넓고 광대하여 그 그물의 눈이 성글지만, 선악의 응보를 반듯이 내리고 절대로 실패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박원순의 그간의 행적과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옛 글이 떠올려진 것은 기회주의적으로, 그리고 하늘의 시간상 순간적으로 자신의 위선과 죄악을 감출 수는 있어도, 그 죄과와 업보는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말하자면 事必歸正의 의미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장선에서 박원순의 딸이 영결식에서 읽은 영결문에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안타깝고 꺼림직한 것이다. 그 딸은 "아버지는 시민의 이름으로, 시민의 힘으로 서울시장이 됐다"며 아버지 박원순의 행적을 칭송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제가 모르던 아버지, 그 삶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아버지의 실책이나 잘못을 딸로서 한 마디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그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물론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아버지 박원순을 오로지 미화하고 칭송하는 영결문이었다.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딸의 이런 영결문을 보면서 박원순의 업보가 새삼 느껴졌고 안타까웠다. 박원순의 업보가 자신으로 그치지 않고 자식에게까지 대물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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