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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이르기를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습니다. 착한 일을 행하면서도 그 속내에 도사린 가벼움과 공명심, 이기심을 지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자면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베풀었지만, 그 초심을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선행을 베품을 받은 자 등, 누군가가 알아주리라는 자기 과시와 그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보상기대 심리를 경계하라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불교에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경구가 있습니다.
'無住相布施'
'머무름이 없는 베품'이라는 말이지요. 즉, 물질이나 마음에 머무름없이 보시를 행하라는 것입니다.
예수와 붓다는 행함이 없는 행,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는 착한 일을 통해 사람들이 진리를 깨우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원효대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착한 일을 하지 말아라.”
그의 아들 설총이 평생을 지니고 살아야 할 좌우명을 찾았을 때, 준 말입니다. 설총이 어리둥절해 하며 “그럼 악한 일을 하고 살라는 말씀입니까”고 되물었을 때, 원효는 일갈합니다.
“착한 일도 하지말라 하였거늘 하물며 악한 일을 생각하겠느냐.”
선행을 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도사린 보상심리의 망념을 악행보다 더 큰 마음의 장애물로 본 것입니다. 자기도 없고 마음도 없는 선행, 즉 머무르지 않는 선행을 할때, 그 것이 비로소 참다운 선행임을 지적한 것이지요.
(전철 안에서 구걸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천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고 두리번거리고 망설여 할 때가 많습니다. 혹여 남이 볼까봐서요. 하지만 실은 보는 사람이, 신경쓰는 사람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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