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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추석엔 내 올라 가마. 생선 사지 마라. 내 마산서 사갖고 챙기 갈끼다.”
대구 동생 집에 계시는 九旬 노모로 부터의 전화.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머니는 제사나 명절 때면 항상 이 말씀을 하신다. 습관처럼 됐다.
나는 잘 올라 오시라고 말씀 드린다. 물론 어머니는 말씀 뿐이다. 올라오시질 못 한다.
어머니 못 올라 오시고 제사를 함께 못 모신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예전 명절이나 제사 때 쓰는 생선은 언제나 어머니의 몫이었다.
마산 남성동 선창가 수십년 단골 어물전에서 바리바리 챙겨갖고 어머니는 올라오시곤 했다.
이제는 어머니가 못 오시니 마산 생선 본지도 오래다.
지금도 여기 어물전을 가기는 가지만 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머니 생선 생각에.
못 올라오시는 어머니는 지금도 때마다 생선을 물으신다.
여기서 장만하겠으니 걱정마시라 해도 어머니는 전화 끊으실 때까지 그 걱정이다.
"아이고 우야모 좋노. 제사 생선은 마산 끼 좋은데..."
"봐라, 그라지 마라. 내 여기서 장만해 갖고 갈끼다."
어머니는 이제 정신줄이 많이 헝클어졌다. 그래도 어머니는 명절이나 제사 때면 항상 그러신다.
"내 곧 올라간다. 생선은 마산서 챙기갖고 올라갈끼다."
웃을 수도 없고 그저 마음엔 안타까움과 슬픔만 가득해진다. 그러니 대답이 이렇다.
"알았심미더. 알았심미더. 잘 올라오시이소."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르다. 나는 항상 그랬듯 잘 올라 오시라고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그래?" 하시더니 허,허 웃으신다. 그 웃음은 무엇일까.
그 웃음 속에, 내가 못 올라가면서도 말로만 이러는 줄 너도 잘 알고 있제?라고 묻고있는 건 아닐까.
나는 어머니의 그 웃음의 마음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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