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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극장>에서 짚어보는 파주 광탄 땅의 옛 추억
    추억 속으로 2020. 11. 24. 11:39

    우연히 접하게 된 한 권의 책에서 시간여행을 하게 됐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교 교수가 쓴 <인생극장>이라는 책이다. '막이 내리고 비로소 시작되는 아버지,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부제의 말 맞다나 노 교수 아버지, 어머니의 인생 전반을 그의 전공인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사회현상과 변화를 곁들여 담담하게 써내려 가고있는 한 편의 드라마같은 이야기 책이다.

     

     

    이 책은 그런 한편으로 나에게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여행을 하게 한다. 노 교수의 고향은 경기도 파주 광탄 땅이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의 옛 시절은 부모들의 생활현장과 맞닿아 있다. 그의 부모들은 주한미군들이 주둔하는 그곳 기지촌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한 클럽을 생활수단으로 하면서 노 교수를 길렀다. 그러니 이 책의 상당 부분은 파주 광탄 그곳의 옛 기지촌 풍경을 그리고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추억을 떠 올린 건 내가 군 생활을 한 곳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1973년 후반부터 1975년 후반 전역할 때까지의 군생활을 그곳에서 보냈다. 그러니 물론 지금은 많이 변했겠지만, 광탄과 그 주변의 법원리, 선유리, 용주골 등 그 쪽의, 그 당시의 지리나 정경 등은 눈 감고도 훤하다. 노 교수의 부모들은 광탄 신산리, 그러니까 그때 당시로는 제일 번화했던 헌병 교통초소가 있던 TP삼거리에서 '레인보우 클럽'이라는 위스키 시험장을 했다. 그러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1사단이 사령부를 비롯해 여러 부대가 그곳에 들어오면서 클럽을 바꿔 '무지개다방'과 '무지개홀'이라는 비어 홀을 운영했다.

     

     

    이 책을 보면서 '무지개다방'이라는 이름을 접했을 때 나는 조금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다방을 참 많이도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누가 면회라도 올라치면 갈곳이 그 다방 외에는 달리 갈만한 곳이 없었다. 특히 서울가는 버스도 그 삼거리에서 탔기 때문에 그 다방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노 교수의 얘기대로라면 1973,4년 경이면 노 교수는 일고여덟 살 정도의 어린 아이였다. 그 때 다방엘 가면 어린 아이 하나가 자주 눈에 띈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 아이가 노 교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지개홀'은 그 당시로는 2차로 가던 술집이었다. 외출나와 귀대할 적에 대충 입가심으로 잘 가던 집이었다. 

     

     

    광탄의 그 삼거리를 생각하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1975년 초가을 무렵이었던가, 아버지가 면회를 오셨다. 나로서는 뜻밖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얘기거리를 갖고 오셨다. 집안 사정이 좀 어렵게 됐다. 그러니 제대하고 복학하는 문제 등과 관련해 이런 저런 당부를 하시고자 오신 것이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참 어색했다. 물론 보통 때도 나와 아버지는 그랬다. 부대에서 외박증을 끊어 주었다. 저녁을 먹고 아버지와 함께 묵을 여관을 잡았다. 그런데 그 어색함이 어디로 가겠는가. 아버지와 함께 그 기나긴 밤을 보내기가 그렇게 거북스러울 수가 없었다. 결국 거짓말을 했다. 부대에 비상이 걸려서 부대로 들어가야 합니더. 아버지는 순순히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그날 저녁 버스로 서울로 나가셨다.

     

     

    그 때 차를 기다리며 아버지를 배웅하던 삼거리 '무지개다방' 앞에서 아버지가 근처에 있는 사진관을 가리키며 갑자기 말했다. 철아, 아버지와 사진 한번 찍자. 그렇게 하기로 하고 사진관을 들어서려는데, 마침 부대로 들어가던, 사무실을 같이 쓰고있는 사진반원을 만났다. 그 사진병더러 부탁을 해 아버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이 가족사진을 빼고 아버지와 함께 찍은 나의 유일한 사진이다. 그 '무지개다방'을 오늘 이 책을 보고 떠 올리니 아버지 생각이 간절하다. 아버지에 대한 나의 불효심이 다시 한번 새록새록 살아나 나의 가슴을 후려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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