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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趣向의 텔레풍켄(Telefunken)을 찾아서추억 속으로 2020. 12. 21. 10:16
새벽잠을 설치다 그냥 털고 일어나 어둠 속에 맹숭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웬일인지 음악이나 좀 듣자며 복잡한 앰프를 만지작거리는데, 문득 그게 생각났다. 텔레풍켄 카셋 플레이어. 라디오를 겸한 카셋 플레이어인데, 1970년대에 출시된, 그러니까 말하자면 빈티지 플레이어다.(Telefunken Magnetophon Party Sound R201)
이걸 4년 전인가 이베이(eBay)에서 체코의 한 여인에게서 구입했다. 쌩쌩하고 가벼운 이즈음의 디지털 음향에 식상해 있던 터에 코맹맹이풍의 옛 모노 소리가 그리워져 구한 것이다.
한 동안 정말 끼고 살다시피하며 들었다. 집에 있는 낡아빠진 카셋 테이프는 있는대로 다 꺼내 들었다. 모짤트도 있고, 비틀즈도 있고, 나훈아도 있고, 크리스 크리스토퍼슨도 있고, 이사카와 사유리도 있고, 사이먼 앤 가펑클도 있고.
잘 밤에 한잔 술에 취해 크게 틀어놓고 듣다가 마누라로부터 핀잔도 많이 받았다.
그 텔레풍켄을 잊고있었던 것인데, 새벽에 뭘 들으려니까 그게 생각이 난 것이다. 건너방 책상 한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채 쳐박혀 있었다. 그걸 닦고 오일링을 하느라 한바탕 부산을 떨었다. 다행히 고장은 나질 않았다. 테입을 넣고 트니 말짱하다.
그러다 보니 음악 들을 생각은 달아나고 텔레풍켄 플레이어에 마음이 더 기운다. 돌아온 자식을 만난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이다. 좋았다 싫어지고, 멀리했다 다시 가까워지는 건 인지상정일진대, 그게 나이가 들어갈 수록 그 성향의 간격이 좁아지는 것 또한 옛 유행가 가사처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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