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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떤 유튜브를 보다, 이름에 관한 생각을 하게됐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름이 순서만 바뀌었을 뿐 같은 이름 자였다.
예컨대 할아버지 이름이 김영철이라면 김철영이 손자의 이름 인 것이다.
"이름은 운명을 지닌다."
독일의 신학자인 폴 틸리히(Paul Tillich)의 유명한 말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이름 그대로 운명을 타고 살아간다는 말인데, 좀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잖아 있다.
지하철에서 똘똘하게 생긴 꼬마 하나가 곁에 서 있는데, 유난히도 큰 이름표를 오른 쪽 가슴에 달았다.
그 이름이 '최 고봉'이었다.
이름이 독특해서 물어 보았다.
얘, 네 이름 누가 지었니?
아버지가요.
왜 최고봉이니?
뭣이든 최고가 돼라면서 지어 주셨어요.
그 꼬마가 그 이름대로 지금쯤 모든 부분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제 본,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름을 지은 그 아버지의 바램에서는 이런 게 느껴졌다.
할아버지가 살아 온 그대로 네가 이어 받아라는 것 아니겠냐는 것.
그것이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궁극적으로는 이름의 당사자가 이름 값을 하는 것인데,
그 아비가 오로지 그의 뜻대로 자식의 운명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을까.
그들은 문 씨 성을 가진 집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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