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 읽기'
이런 글과 말을 보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별로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언론사의 책 관련 프로그램 소개에서 본 것 같은데,
하여튼 이런 표현을 접할 무렵, 공감하는 바가 많았었지요.
책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책을 보는 그 자체가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또한 돌보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언제 한번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도 마땅찮습니다.
세상 사는 일, 이해관계 속에 얽혀 매사가 계산적입니다.
그 속에서 자신을 잊고 살지요.
책 읽는 것도 세상사의 한 부분이지만,
그러나 적어도 책을 들고 보는 순간 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떤 추억이나 향수 같은 것에 휩쌓이면서 마음이 순화됨을 느낍니다.
그러니 행복한 것이지요.
그러나 '행복한 책 읽기'도 변하는 것 같습니다.
책 읽기가 점차 힘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생각해 보면 나이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우선 욕심입니다. 나의 경우, 나이와 욕심은 비례해 느는 것 같습니다.
무슨 책이든 무조건 읽어보자는 마음도 그런 욕심의 한 양태입니다.
독서의 양에 너무 치중한다는 뜻일 수도 있겠습니다.
몇 페이지를 읽고, 몇 권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 같은 것에 얽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잘 안 됩니다.
그 양이 스스로에게는 벅찰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안 되지만, 그 양을 충족시키려고 용을 씁니다. 그러니 힘든 것이지요.
나름대로 목표를 정해놓아도 이뤄진 경우는 드물 수밖에 없지요.
또 하나, 물리적으로도 책 보기가 힘듭니다.
책을 어떻게 들고 어떤 몸의 형태로 봐야할지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책상에 앉아 단정하게 보기는 이제 정말 힘듭니다. 허리도 아프고 목도 아픕니다.
소파에 편하게 앉아 읽어도 얼마 못 갑니다. 온 몸이 쑤셔오고 난리지요.
엎드려서도 봅니다. 그 것도 얼마 못갑니다.
몸도 몸이지만, 눈과 책과의 거리 조정이 우선 잘 안 됩니다.
그냥 반듯하게 누워서도 보고 모로 누워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힘 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젊었을 적엔 그래도 누워, 그리고 엎드려서 날을 새며 읽기도 했는데,
이젠 옛 얘기지요.
시력도 큰 문제입니다.
돋보기를 세개나 갖고 있는데 어떤 것을 껴도 흐릿해 보입니다.
그러니 얼마 못가 눈이 피곤하고 아파집니다.
어쩌다 좀 오래 보고 난 후엔 한 동안 앞이 잘 안보일 때도 있습니다.
오늘, 나간 김에 일산 아람누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습니다.
예의 그 욕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드 커버에 들기에도 무거운 두꺼운 책입니다.
"18일까지 입니다"
12월 18일까지 반납하라는 도서관 사람의 얘기였습니다.
계산을 해 봅니다. 8백여 페이지니까, 하루에 얼마를 읽어야 하나.
6, 70 페이지입니다. 그 정도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상 그랬었지요. 그러나 한번도 한번 대출에 다 읽은 적이 없습니다.
반납한 후 다시 한번 빌릴 게 뻔합니다.
책 읽기, 참 힘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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