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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만물의 이치에 음양이 있을 것이다.
더할 것이 있으면 뺄 것이 있고,
날 것이 있으면 들 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몸인들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마음에 사역당하는 게 몸이니,
몸 가짐은 무엇보다 마음 가짐이 문제이겠으나
이른바 四端七情이 아니더라도 종잡을 수 없는 게 마음 아닌가.
그러니 측은한 게 몸이다.
눈을 뜨니 새벽녁이다. 하늘은 아직도 어둡다.
앞뒤 잴 것도 없이 발딱 일어났다.
살아야 한다. 암만.
옷을 주섬주섬 줘 입고 새벽길을 나선다.
호수공원.
뿌연 안개가 물 위를 흘러 다닌다.
걷는다. 천천히 걷다가 뛰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호수 둘레길 한 바퀴가 5킬로 정도니 두 바퀴면 10킬로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걸으며 허리를 앞, 뒤, 옆으로 젖히면 뚝, 뚝 소리가 난다.
다리도 아프고 손발도 저리다. 눈도 부기 때문에 무겁기 짝이 없다.
가슴 오른 편이 욱신거린다. 간 쪽이다.
목에는 짠 가래가 왔다갔다 한다. 식도를 지어짜듯 해 뱉어내도 소용이 없다.
엉덩이 하초 쪽도 그 게 재발했는지 묵직하다.
몇 날 사이에 몸이 그렇게 망가졌다.
마산서 일박이일, 그리고 부산을 거쳐 올라와 이틀 만의 일이다.
사람 만나는 일은 정말 피곤하다.
마산 있는 동안 많이 만났다. 10 명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술, 그리고 계속되는 이동.
서울 올라 와 근신해야 했다. 그러나 마음에 바람이 들었다.
17일 점심, 그리고 술. 18일 점심과 술, 그리고 저녁 때 또 술.
금요일 아침, 결국 탈이 났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무탈을 기대했다면 거짓말이다.
앉지도 눕지도 못한 채 하루를 그저 끙끙거리며 보냈다.
토요일을 기대했다. 누가 뭐라해도 북한산을 가자.
그러나 몸탈은 깊었다. 산을 오르며, 그리고 산 속에서는 좀 맑아졌지만,
내려오니 마찬가지다. 목욕을 해도 먹먹하고.
(호수공원의 아침 무렵)
호수공원 두 바퀴 채,
지쳤다. 걸을 수가 없다. 땀은 흐르고 다리도 아프고.
다리 아래 쉼터에 주저 앉았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그리고 먹고 싶은 게 떠 올랐다.
마두역 버스 정류장 가는 곳에 있는 도너츠 집의,
베이컨과 치즈가 듬뿍 들어있는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 한잔.
또 있다. 싱싱한 오징어 무침. 양파와 무우, 마늘이 듬뿍 들어간 오징어 무침.
귀 속 MP3에서는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뱃노래 중 무슨 무슨 이중창이 나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그 멜로디를 따라하고 있었다.
가자, 가자 어서 빨리 집으로. 샌드위치는 포기했다.
집 앞 수퍼마켓.
싱싱한 오징어 두 마리, 무우, 달콤한 크림빵, 식초, 그리고 각종 야채.
먼저 오징어 껍질을 벗기고 잘 썰어 소금에 재운다.
그리고 양파 두개를 갈고 무우 채를 썰어 놓는다.
마늘과 청양고추도 깨끗히 씻어 준비해 놓는다.
간이 들 때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다.
달콤한 크림빵 하나 먹으며 '진품명품'을 본다.
나는 싱싱하게 잘 버무러진 오징어 무침 먹을 생각만 하고 있다.
맛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쯤 내 몸도 살아날 것이다.
벌써부터 입에 침이 돈다.
(호수공원 갈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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