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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 지팡이(스틱)에 관한 斷想
    村 學 究 2010. 11. 23. 11:34

    무엇을 갖고 일을 하려면 올바른 사용방법이 있다.

    산을 다니면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등산 용구 중 스틱이라는 게 있다.

    나는 이 것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틱이 산행의 필수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 산에 가는 사람치고는 대부분 이 것을 갖고 다닌다.

    나도 어쩌다 한번 씩, 이를테면 장거리 산행 등에서는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사용하면서 같이 가는 친구들로부터 핀찬아닌 핀찬을 듣는다.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일까, 때때로 남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산을 간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무슨 말인가 하면 스틱을 이용해 걸으면서 뒷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틱을 무슨 칼자루 흔들듯 아무렇게나 휘젓고 걸으니

    뒷사람에게 그 게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친구의 그런 지적이 처음엔 좀 우스웠다.

    산행 걸음은 자기 편한 데로 걸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넓은 산에 와서 뒤에 오는 사람 신경까지 써가며 걸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

    친구의 지적과 나의 이런 생각이 결국은 충돌해 좀 이상한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하여튼 그런 연유와 계기로 알게 된 것이 스틱 사용법이고, 그 것을 알게 되면서

    결국은 그 친구의 지적이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 후 산엘 가면 다른 사람들이 스틱으로 어떻게 걷는가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확실히 내가 걷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스틱을 뒤로 내쳐버리듯 짚는 게 아니고, 짚은 각도 그대로 짚어 앞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들을 보고 아, 나도 저렇게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요즘 아예 스틱을 들고 산엘 가지 않는다.

    그런 방식으로 스틱을 사용해 산을 오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스틱 사용 방법'을 여러 번 본 후 그대로 해보리라고 산엘 갔었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 스틱을 사용해 산을 올라가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스틱 하나로(나는 스틱 한 짝 밖에 없다), 앞으로 가는 방향에서 그 것을 짚으면,

    뒤로 차버리듯 제치는 게 나에겐 자연스럽다.

    그 것을 신경을 써 짚은 각도 그대로 놓고 짚으며 나가려니 뭔가 안 맞는 것이다.

    흡사 할머니 지팡이 걸음 같은 느낌인 것이다.

    그렇다고 나만의, 남에게 위협을 주는 사용방식으로 산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불가피한 경우를 제하고는 아예 스틱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무슨 일에 무엇을 사용하려면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나 규칙이 때로는 사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다.

     

     

    브라질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수필에도 등산 스틱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코엘료도 산책과 등산을 즐긴다. 그러다 스틱으로 걷는 방법을 보고 배우면서 빠져든다.

    스틱을 사용해 걷고 산을 오르는 이른바 ‘노르딕 워킹’을

    인터넷을 뒤져 사용규칙 그대로 배우고 실행에 옮긴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 가 포기하고 만다.

    사용규칙 그대로 배워 하다가 낭패를 봤다는 것인데,

    그 낭패라는 게 걷고 산에 오르는 나름대로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그 규칙이 옭아맨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규칙이라는 게 칼로리 소모나 근육운동에 치중한 스포츠과학만 강조하다보니

    정작 정신적인 요소를 규제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긴장을 풀고 사색과 명상을 하며 행복을 느끼려’ 길을 걷고 산을 오르려면

    스틱도 자기 방식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게 코엘료의 생각인 것이다.

    코엘료는 산행길이 명상이 아니라 건강치료를 할 요량이면 헬스클럽으로 가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왜 인간은 매사에 규칙을 만들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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