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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이발관에서
    세상사는 이야기 2021. 2. 25. 11:19

    이른 마침 동네 이발관. 근 4개월 만이다.

    10여년 단골이니 주인 아저씨와는 잘 안다.

    이런 저런 말 끝에 내 주변 분들의 이발하는 주기를 언급하면서,

    대부분 될 수 있으면 이발관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아저씨는 그래요? 하는데 표정이 좀 심드렁해지는 것 같다.

    나이도 들고, 또 코로나로 인해 이발관 가기를 꺼리면서 머리가 길더라도 대충 집에서 면도기 트리머로 깎고 손질한다고들 하더라고 했고, 나도 그러는 바람에 오랜 만에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저씨 하는 말이 "우리 같은 이발사 다 굶어죽겠네" 한다.

    힐끗 거울에 비친 아저씨 표정이 좀 진지해 보인다.

    내가 "그럴 수도 있겄소이다. 아저씨만 그런 것도 아이고 다들 난립니다"며 토를 달았다.

    둘 간의 짤막한 대화는 그랬다.

    면도를 하는데, 근자에 생긴 어깨죽지 통증 때문에 자세가 편안치 않다.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볼 주변 면도를 하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좀 실룩거렸던 것 같다.

    아저씨가 갑자기 면도를 멈춘다. 그러면서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 한마디 하는데 표정에 정색이 담겼다.

    "아, 좀 바로 앉아 있어요. 면도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라고 또 왜 볼떼기는 왜 그리도 실룩거립니까.

    나 원참, 못 해 먹겠네..."

    내가 뭔 대꾸를 할 수 있을까. 정색을 하고 하는 있는데다,

    더구나 면도칼을 든 사람에게 목과 얼골을 맡긴 주제에.

    별다른 생각없이 한 말이 이발사 아저씨 심기를 그르쳤던 모양이다.

    하기야 아침 첫 마수 손님이 밥그릇 건드리는 듯한 소리를 할 일은 아니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나는 좀 억울하다. 같은 동네서 좀 알고지내는 데다,

    오랜 만에 만나 우스개로 한 말인데 그렇게까지 발끈해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무튼 나나 그 아저씨나 오늘 아침부터 서로 일진이 안 좋다.

    오늘, 좀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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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이발소에서 -

    어떻게 깍을 거냐는 말에

    저번 머리가 참 좋더라 하자

    가위질 소리

    쉬엄쉬엄 백 번 들릴 게

    째각째각 이백 번도 넘게 들린다

    아저씨 담배 한대 길게 하고

    하품 두서너 번 할 동안도

    주인아줌마 면도해주기

    머리 감겨주기 말려주기

    다 끝나지 않는다

    흔쾌히 맞은 나를 시작으로

    오늘의 성업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 나름의 축원이려니 하며

    깜박 졸음 드는데

    누가 내게도 다가와

    아, 당신이 한 용접 참 튼실합디다

    한 마디만 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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