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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공산 '卽發佛心'
    세상사는 이야기 2021. 2. 28. 10:17

    모처럼 대구 간 김에 팔공산에 올라 갓바위 부처 앞에 섰다. 나이들어는 처음이다.

    아주 어릴 적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팔공산에 오른 기억이 있는데,

    외할머니의 불심으로 미루어 나도 그 때 갓바위 부처 께 분명 불공을 드렸을 것이다.

    그런 기억을 되살려 팔공산 갓바위 부처의 얼굴을 대하니 참 묘하다 싶다.

    수 없이 봐온 부처상의 얼굴과는 형상 및 느낌이 좀 다르게 다가온다.

    자비감이 깃든, 한 없이 인자한 얼굴이 기존에 봐 왔던 부처상의 얼굴이다.

    그런데 팔공산 갓바위 부처 얼굴은 그들과 사뭇 다르다.

    인자하면서도 뭔가 고뇌에 찬듯, 그리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다.

    한 없는 자비심을 베품에 있어서도도 뭔가를 못마땅해 하는 마음이 서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비심에도 옥석을 가리고자 하는 것일까.

    어쨌든 이제껏 봐온 불상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으로 각인될 것 같다.

     

    같이 오른 한 친구가 절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자기 집사람과 함께 불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마음으로 갓바위 부처를 대했으니 오죽할 것인가.

    내가 보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도록 먼 발치에서 지켜봤다.

    연신 절을 올린다. 절이 아니고 기도일 것이다. 백팔배의 기도?

    아주 정성껏 올리기에 지켜보기가 좀 민망찮다.

    나는 그저 갓바위 입구,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글귀에 마음이 쏠려,

    가톨릭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으로 바라는 바를 끄집어 내 보았다.

    백팔배를 끝낸 그 친구의 얼굴이 맑아 보인다.

    함께 하산하는 산길. 긴 계단을 내려와 아스팔트길을 한참을 내려왔다.

    그 어디쯤 친구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그러면서 하는 말.

    니 먼저 내려가라. 내 좀 갔다올게.

    그러고는 왔던 길을 올라간다.

    갓바위 하산 길가에 어떤 할머니가 푸성귀를 내다놓고 팔고 있었다.

    취나물 등 팔공산에서 나는 산나물들이다.

    친구는 그 할머니 나물을 사러 오던 길을 거슬러 다시 올라간 것이다.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그 친구의 뇌리를 때렸던 것일까.

     

    즉발심(卽發心), 아니 卽發佛心이 따로 없다.

    그 것 아니고는 그 친구의 그런 돌발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갓바위 부처 께 올린 백팔배 때문일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

    대단한 기도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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