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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The Man with the Iron Heart)'라는 영화
    볼 거 리 2021. 3. 4. 20:06

    넥플릭스로 영화를 더러 보면서, 이제 영화에 대한 감각도 상당히 무뎌져 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예전 같으면 영화 시작되면서, 영화 제목과 함께 그 영화가 주고자 하는 핵심 포인트를 알아 차리는데 자의반 타의반 격의 좀 특출(?)한 재주가 있었는데 이즈음은 그게 아니다.

    영화 제목에 감이 잘 오질 않을 뿐더러 오히려 충동적으로 이끌리는 경향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영화 내용의 대략적인 감을 갖게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The Man with the Iron Heart).'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제목으로 봐서는 일단 좀 혼란스럽지만 관심은 끌게 한다. 무슨 갱스터 영화 같기도 하고 코미디 해학물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니까.
    이 영화를 본 것은 제목과 영화에 대한 짤막한 안내설명 때문이다. 설명에서 내 눈에 들어온 건 나치독일, 홀로코스트 이런 단어들이다. 영화가 내가 관심을 갖고있는 나치독일의 유태인학살을 다루고 있는 것이겠구나 하는 감으로 마음을 잡고 영화를 본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어떤 기시감 같은 게 자꾸 드는 것이다. '철의 심장'을 가진 주인공의 이름이 우선 그렇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Reinhard Hyedrich). 귀에 익은 알만한 이름이다. 그 이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데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히틀러가 총애했던 나치친위대 출신의 유태인 학살자 아니던가. 나치가 체코를 점령한 후 히틀러가 체코와 그 인근의 통치를 맡겼던, 해서 그 지역에서 잔인한 유태인 대학살을 진행하며 악명을 드높이던 와중에, 체코의 레지스탕스 대원에 의해 저격 살해된 인물이 바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다.

     

     

     

     

    이 인물을 기억해내면서 영화 제목이 겹쳐졌다.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는 히틀러가 하이드리히에게 붙여준 별명이라는 것도 어디서 분명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감을 잡을 수 있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에 관한 영화일 것이 분명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영화가 초반을 넘어갈 때까지의 내용도 그러했다.
    나로서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히틀러의 유태인 말살의 최종 목표인'파이널 솔루션(final solution)'의 동반자, 협력자로서 히틀러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다 암살당한 하이드리히의 길지않은, 하지만 흔치않은 그의 악독한 인생을 다루는 영화였던 것으로 생각하고 관점을 그 쪽으로 잡고 영화를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기며 이상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하이드리히의 군 전력 및 친위대장교로서의 경력을 비롯해 사랑, 부부생활, 가정생활 등을 통해 내면을 탐색하는 쪽으로 촛점을 맞추고 있었으나 뭔가 좀 아귀가 맞지않고 내용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영화가 도대체 어떻게 결론을 낼 것인가가 궁금해져 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영화 내용이 바뀐다. 하이드리히가 아니라 그를 저격하려는 체코 군 소속 7인의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얘기로 갑자기 바뀌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비로소 이 영화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영화를 통해 뭘 얘기하려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다.

    중반을 넘겨 종반으로 치달아 가는 영화의 내용은 별도의 얘기를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1975년에 나온 루이스 길버트 감독의 '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과 같기 때문이다. 그 내용으로 본다면 40여젼 전에 나온 '새벽의 7인'이 이 영화보다 백배, 천배 낫다.

    얀과 요제프의 마지막 성당 지하에서 죽어가는 장면이라든가, 하이드리히 저격 전 이들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프라하에서의 활동을 다룬 내용은 '철의 심장...' 이 영화보다 훨씬 긴박하고 현실감이 있고 감동적이다.

     

     

    '새벽의 7인'의 마지막 장면

     

    그래도 끝까지 영화를 보기는 보았다. 영화가 재미있고 좋아서라기 보다 도대체 영화가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까 하는 우려 섞인 호기심에다, 예전에 감동을 주었던 '새벽의 7인'이 자꾸만 겹쳐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단순하게 말해 그 결론도 '새벽의 7인'과 다르지 않다. 그럴 뿐더러 훨씬 못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한편으로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이 영화에 대한 불쾌감마저 들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관객 우롱'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새벽의 7인'을 감동깊게 본 관객의 입장에서라면 더 그럴 것이다. 차라리 영화의 타이틀처럼,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라는 인간 탐구 쪽으로 촛점을 맞췄더라면, 레지스탕스 활동 쪽에 내용을 맞춘 '새벽의 7인'과 함께 더불어 보는 재미를 더해 줬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하이드리히를 들춰보는 내용도 수준 아래였고, 레지스탕스 활동을 다룬 내용도 그랬다. 도대체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이 영화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근자에 나의 영화를 보는 경향성으로 이 글을 시작했으므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는 결코 제목에 낚시질 당하듯 하면서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 될런지는 모르겠다. 유튜브에서 조차 낚시질 제목에 얼마나 당하고 있는지를 감안하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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