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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와인(wine), 그리고 브레송(Bresson)볼 거 리 2021. 4. 29. 10:08
어제 어떤 분이 SNS에 올려 준 한장의 흑백사진.
눈에 익다 했는데, 역시 그렇다.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사진이다.
1952년 파리의 무프타르 거리를 와인 두병을 들고 즐겁게 걸어가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다.
사진 타이틀도 그렇다.
'무프타르 거리에서 와인 두병을 갖고오는 어린이
(Enfant rue Mouffetard avec deux bouteilles de vin).'
소년은 설마 자기가 마시려고 저 큰병에 든 와인을 들고가는 게 아닐 것이다.
와인을 찾는 아버지나 혹은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어디선가에서 와인을 구해 들고가는 것이다.
그게 소년의 얼굴 표정에서 읽혀진다.
브레송은 소년의 표정을 그의 특기인 '결정적 순간'으로 포착한 것이다.
브레송 사진이 아주 인간적이고 따뜻한 것은 그 '결정적 순간'에서 다음으로 이어질 행위를
투명하게 예시해준다는 것이다.
소년의 표정도 그렇지 아니한가.
자기가 들고가는 두병의 와인으로 즐거워 할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진즉부터 그리며 기대에 찬 모습이다.
뒤에서 소년을 바라보며 걷고있는 소녀의 모습도 그렇다. 소년의 기대에 부응하는 즐거운 표정이다.
와인, 인간이 두발로 서서 걷는 이족직립 보행의 호모 사피엔스 이래
지금껏 그 구미(口味)에 가장 최적화 된 마실거리 아닌가.
와인을 들고 즐겁게 걷고있는 소년의 모습이 이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Henri Cartier-Bresson(1908-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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