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The Sound of Silence' in my 1970s
    추억 속으로 2021. 5. 11. 06:52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The Sound of Silence).'

    이 노래를 근자에 어쩌다 한번씩 들으면 옛날의 망신살스러웠던 때가 떠 오른다.

     

     

     

    1970년 5월 대학 신입생 시절, 학교에서 노래 콩쿨대회가 열렸다.

    약대 4학년이던 경식이 형이 나가자고 나를 꼬드겼다. 형의 실력을 익히 알고있던 나는 수락했다.

     

    형은 멜로디, 나는 화음 파트를 맡았다. 그리고 내가 알페지오, 형이 피크로 기타를 맡았다.

    숙대 앞 경식이 형집 2층 방에서 한 이틀 연습했다. 자신이 있었다.

    그 이유는 형의 노래와 기타 실력도 그렇고 그에 더해 '사운도 오브 사일런스' 이 노래 선곡 때문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이 노래가 당시 국내로서는 비교적 신곡이었던데다 한참 인기를 누리고 있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대회는 학교 대학극장에서 열렸다. 같은 하숙집의 숙대생들이 대거 '응원'을 나왔다.

    평소 그들 앞에서 자주 불렀던 노래였기에 그들도 우리들의 상위 입상을 기대했다.

    우리 차례가 돼 무대로 나갔다. 밝은 스폿라이트가 비치는 크고 넓은 무대에서 본 객석은 어두웠고,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다만 하숙집 숙대생들이 제일 앞 좌석에 앉아들 있는 건 보였다.

    우리들은 당시 유행하던 포즈, 그러니까 송창식과 윤형주 듀엣의 자세를 취했다.

    내가 의자에 앉고 경식이 형이 한 다리를 의자에 걸쳐놓는...

     

                                                                      송창식과 윤형주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이 노래의 전주는 단조롭다.

    형이 전주를 시작했다. 시작은 좋았다. 기타의 전주가 적막한 무대를 살짝 적시며 노래는 시작되었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내가 듣기에도 시작은 좋았고 무난했다. 이대로 계속가면 된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1절이 끝나고 2절로 접어들었다. In restless dreams I walked alone... 2절부터는 멜로디가 좀 강해진다.

     

    그런 느낌으로 반주에 맞춰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앉아있는 내 몸에 뭔가 덜덜거리는 느낌이 전해져온다.

    이게 무어지?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 흔들거리는 느낌에 신경이 써여진 것과 동시에 의자에 걸쳐놓고 있는 형의 다리가 달달 흔들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형 다리의 그 흔들거림은 순간적으로 어, 형이 왜 저러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 곧 멈춰질 것을 속으로 바랬다. 아무래도 망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흔들거림은 점차 강해져 가고 있었는데, 그건 무얼 의미하는 것인가.

    형이 많이 떨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우스워졌다.

    아마 웃었을 것이고, 그런 내 모습은 보기에 참 어설펐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그러는 사이 나는 화음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어려운 화음은 아니지만,

    갑자기 놓치면 중간에 따라잡기가 쉽지않은 게 이 노래다.

     

    어떻게 가까스로 2절까지는 마쳤지만, 그 상태에서 3절은 어려웠다.

    자꾸 웃음이 나오면서 나의 화음은 완전히 망쳤고,

    경식이 형은 형대로 거의 혼자서 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태에서 내 눈에 무대 맨 앞줄에들 앉아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있는 숙대생들의 얼굴이 갑자기 클로즈업 되어 들어왔다.

     

    노래를 그렇게 끝냈으니 어떻게 되겠는가. 입선은 커녕 순위에서 조차 빠졌다.

    그 후로 경식이 형하고는 두번 다시 노래를 같이 하지 않았다. 따로 따로 불렀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들도 그렇게 따로들 불렀다.

     

     

                                                          1971년 정동 MBC. 신입생환영회에서

     

    이 노래를 몇년 후 軍에 가서 또 공개적인 자리에서 부른 적이 있다.

    DMZ 연대보충대 내무반에서 노래를 시키기에 불렀는데, 왜 이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무반 한켠에 놓여있는 기타를 보며 이 노래가 생각났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 때도 이 노래로 망신을 당했다.

    주로 후송갔다 오는 보충대 내무반의 사병들은 그리 좋은 기분들이 아니다.

    그런 사병들 앞에서 쫄병이 영어 가사의 이 노래를 쑤알라 쑤알라 불렀으니 그 노래를 잘 모르는 사병들의 환영을 받을리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 노래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노래였지만,

    부르기에는 이처럼 나에게는 뭔가 걸리적거리는, 말하자면 나에게는 맞지않은 노래였다.

     

     

     

    그래도 이 노래는 나에게 추억을 안겨준다. 어쩌다 한번씩 이 노래를 들으면 추억에 잠기곤 하는데,

    오늘 오후 CBS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왔다. 그래서 이 노래에 얽힌 옛 일을 떠올리며 한번 적어 보았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