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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오늘 장가갔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결국은 오고 말았다는 감회를 느낍니다.
아들은 나이 마흔 들어설 때까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걸 누차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정말 모릅니다.
아들이 갑작스레 결혼을 하겠다고 한 것이 작년 7월인가 입니다.
결혼할 여자는 이미 진즉부터 마련해 놓았었고,
그간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마음 고생'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이 결혼의사를 밝히기 전, 한 친구가 아들 중매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여자 분인데, 사진까지 찍어 보내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질 못하고 아내에게만 살짝 얘기했습니다.
아내는 아들이 결심이 워낙 완강하다는 걸 알고있기에 아들에게 말 꺼내기를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중매 얘기가 어떤 경로를 통해 아들에게 전달됐고, 역시 예상했던대로 아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두번 다시 아들에게 결혼얘기를 꺼내지 말아야겠다고 나름 마음을 돈독히 먹고있던 차에,
아들이 갑자기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심경의 전환 배경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오늘 결혼식을 가진 것입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결혼 전에 김포에 아파트까지 마련했고,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러니 오늘 결혼식은 말하자면 통과의례인 셈이지요.
코로나로 인한 인원 제한으로 많이들 참석은 못했지만, 그래도 오실 분들은 다 오셨습니다.
대구. 부산에서 동생들도 올라오고, 인척들도 많이 왔습니다.
나는 결혼식 내내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몇 차례 식단으로 왔다갔다 했습니다.
아들이 결혼식의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니 생경한 부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주례가 없는 게 좀 의아스러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결혼은 그렇게들 한다고 합니다.
영종도 '네스트 호텔' 식장은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식사도 그런대로 괜찮다는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원래 야외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우천관계로 실내에서 진행됐습니다.
식 끝내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갑작스런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아내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아들 내외로부터 절 받는 모습의 사진입니다.
내 뒷 모습을 이렇게 보니 참 빈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훤히 드러난 정수리도 그렇고, 염색 한 머리도 그렇습니다.
머리칼이 검으락 붉으락 제 마음대로들이고 덕지덕지합니다.
나이든 노인의 행색이 역력하달까요.
아내의 모습이 반 쯤 잡힌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식 내내 아내를 보니 많이 늙었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내의 뒷 모습에 그런 게 고스란히 담겼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인원제한이 엄격했습니다.
청첩을 하지 못한 지인들이 많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송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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