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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titled on June 17
    세상사는 이야기 2021. 6. 17. 18:00

    O... 그 농원을 지나가려면 항상 큰 소리의 나이든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처음 몇 차례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계속 그랬다. 그러다 언젠가 지나치면서 호기심에 농원 안을 들여다보게 됐는데, 그 장면이 묘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다그치고 있었다. 두 분이서 무슨 과수나무를 손보면서 주고받는 말이었다.

    주고받는다는 표현은 좀 그렇다. 할머니가 일방적으로 할아버지를 다그치는 것이었다.

    할머니 말이 워낙 거세어선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감 잡기가 어려웠다.

    보고 대충 느끼기로 과수나무 손질에 할아버지가 뭘 잘못한 것에 대한 할머니의 타박 같았다.

    오늘도 그 농원을 지나가는데 그 할머니의 예의 그 크고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울타리 밖에서 안으로 들여다보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할머니는 눈이 마주친 내가

    무슨 농산물을 사기위해 울타리 밖에서 서 있는 줄로 알고있는 듯 나더러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그게 아닙니다는 표시로 그냥 손사래를 쳤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은 할머니 앞에 주저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계속 외치듯이 떠들고 있었다. 아니, 세수를 깨끗이 하라는데, 왜 말을 안 듣고 야단질이야...

    대충 들은 말로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의 그 상황을 얘기하자면,

    할아버지 세수하는 게 할머니가 못마땅해서 할아버지를 나무라고 있는 장면이었다.

    일행 중의 아주머니 한 분에게 그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반응이 이랬다.

    그 영감할배가 잘못을 했고, 그런 말을 들을만 하니 할매가 소리치는 것 아니겠소?

    그 아주머니 말에 슬쩍 이런 말을 던졌다.

    그러면 아주머니도 아저씨에게 저럽니까?

    우리 영감요? 우리 영감은 지금 가고 없어요.

    어디 가셨어요?

    가기는 어딜 가 죽어서 시방 하늘나라 가고 없는 것이지.

     

    아주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괜히 물었다 싶었다.

    아주머니는 아마 할매가 할배를 지지고 볶고 달구고 하는 것조차 부러워하고 있었을 지 모를 일 아닌가.

    나는 그것도 모르고 칠푼이처럼 물었던 게 아닌가 하는...

    O... 병원 카운터에서 호출. 다음에 올 날짜 잡고 계산하는 일이다.

    다음에 올 일은 실밥 빼는 일이다. 어제 한 임플란트 부위 잇몸 수술하고 꽤맨 것이다. 다음 주 23일로 잡았다.

    오늘은 1,500원 입니다. 카운터 간호사의 말이다. 오늘 진료비가 그렇다는 것이다.

    계산을 하고 뒷 말을 흐리는 말 한 마디 했다. 오늘 한, 수술 다음 날 소독 같은 거, 예전에는 돈 받지 않았는데...

    간호사가 쌩긋 웃으며 대꾸를 한다. 아, 예, 맞아요. 근데 보험 때문에...

    그 보험과 오늘 소독 중심의 진료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씩 웃으며 얘기한 것인데, 그 간호사는 뭔가 정확하게 설명하려 한 것이다.

     

    내가 물었다. 내주 실밥 빼는 것도 돈 받습니까.

    이 치과를 8년 다닌 처지에서는 아무래도 예전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그런 거 돈 받지 않았다.

    하지만 간호사의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네, 수천 원 정도 듭니다.

    그러니까 실밥 빼는 것도 진료의 일환이니 진료비가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또 그냥 씩 웃었다. 그럴 수밖에. 따질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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