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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배의 '農場'
    세상사는 이야기 2021. 5. 8. 06:55

    과장이 좀 귀엽게 심한, 평촌 사는 한 후배가 있다.

    이 후배의 '과장' 가운데 한 토막은 농장에 관한 것이다.

    걸핏하면 "내 농장, 내 농장"하고 "농사, 농사" 운운 한다.

    누가 들으면 어디 시골에다 농장이나 마련해 놓고 대단한 농사나 짓고 사는 줄 안다.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나름 꽤 실속있게 사는 후배이기 때문이다.

    하도 그러길래 한번 따라 가 보았다.

    청계산 아래에 있다고 해서, 청계산 산행을 겸했다.

    산행을 끝내고 '농장'으로 가자고 해서, 드디어 그곳으로 가는 줄 알았다.

    청계사 아래 풍광 좋은 계곡 아래로 이끌고 가기에 내심 기대가 컸다.

    도로 옆에서 조금 들어갔더니 널찍한 들판이 나왔다.

    그게 나는 후배의 농장인 줄 알았다.

     

                                          지난 4월 주말농장에서 감자를 심는다고 포즈를 취한 후배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곳은 주말농장이었던 것이다.

    결국 후배의 과장이었던 것이다.

    주말농장의 한 귀때기 땅이 자기의 '농장'이었던 것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고 면박아닌 면박을 줬지만, 후배는 당당했다.

    농장이 별 거냐는 것이다. 농사를 지을 땅이 있으면 그게 농장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후배의 그 '농장'을 근자에 많이 간다.

    청계산 산행 후 뒤풀이하기에 좋은 장소다.

    그곳 관리하는 땅 주인이 청계리 토박이라, 그곳 지형이니 역사에 관해 아는 게 많다.

    그 주인과 함께 소줏잔을 기울이는 재미도 있다.

     

                                          후배의 주말농장 농막에 앉아 바라다 보는 풍광이 좋다

     

    지난 3월에는 돼지를 반마리 잡았다해서 푸짐하게 먹었다.

    그런 신세를 지고 있으니, 나도 변할 수밖에 없다.

    그 주말농장을 후배의 '농장'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후배의 그런 과장이 내포하고 있는 심정은 누구나 그럴 것이다.

                                                      지난 해 여름, 후배 주말농장에서의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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