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능곡 대장천 천변을 걷다가 대곡 역 쪽으로 가는데,
길 한편으로 노란색 예쁜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야, 이쁘다.”
우리 모두들 탄성을 자아냈다.
나는 꽃이나 식물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동행한 분들은 나이가 나보다 지긋하시고
꽃이나 채소 등 시골의 이런 저런 식물이나 작물들에 관해 많이들 아신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장천 천변에 호박 심어놓은 분도 계신다.
그런데, 그 분들도 이 꽃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모양이다.
할머니 한 분이 달맞이 꽃이라 했다.
그랬더니 다른 할머니 한 분이 무슨 달맞이 꽃이냐고 했다.
달맞이 꽃은 말 그대로 밤에만 피는 꽃인데,
아침부터 이렇게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은 달맞이 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곁에서 달맞이 꽃이건 무슨 꽃이건 그 이쁜 꽃 모습에 빠져있었다.
오늘 다시 거기로 나갔다가 다시 활짝 핀 그 꽃들을 보았다.
다른 일행분들은 아침 볕이 뜨겁다고 그늘에 앉아들 있었다.
나는 그 노란 꽃들을 보다 문득 스마트 폰에 깔려있는 ‘구글렌즈’가 생각났다.
며칠 전 ‘구글렌즈’ 활용에 관해 누가 얘기하는 걸 보고 깔아놓은 것인데,
그 앱으로 식물과 꽃을 검색해주는 기능이 있었다.
‘구글렌즈’를 가동해 꽃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미나리아재비속’으로 나왔다.
어디서 그 이름은 들어봤기에 나는 그런 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 예쁜 노란 꽃의 이름이 아재비 운운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에 그늘 한 구석에 앉아 ‘미나리아재비속’을 검색해 봤더니 그 꽃과 달랐다.
색은 다 노란색인데, 잎 모양이 달랐다. 그럼 ‘구글렌즈’가 틀렸다는 것인가.
그래서 주변의 다른 식물과 꽃들을 ‘구글렌즈’가 검색해 봤다.
큰 키로 피어오른, 노란 꽃과 닮은 분홍색 꽃은 ‘접시꽃’으로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이 꽃을, 이 글을 적을 때 ‘분홍낮달맞이 꽃’으로 혼동했다.
달맞이 꽃에 너무 꽂혀있었던 탓에 색깔이 분홍빛이라 그랬는데, 이 글을 본 어떤 분이 후에 알려주셨다.
꽃은 없고 그냥 길다랗게 솟아오른 어떤 식물에 렌즈를 대 봤더니 ‘배추’로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배추는 아니었다.
접시꽃을 달맞이 꽃으로 혼동한 연유는 이러하다.
렌즈는 구글 말고 네이버도 있다. 그러면 ‘네이버 렌즈’로 검색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이버 렌즈를 들이댔다.
그랬더니 노란 꽃은 ‘낮달맞이 꽃’으로 나왔다. 그리고 분홍빛 꽃은 분홍낮달맞이꽃’으로 알려줬다.
그러니 둘다 달맞이 꽃인데, 노란 색 꽃을 피운 건 낮에 피는 달맞이 꽃이고,
바알간 빛이 도는 분홍색 꽃은 낮달맞이꽃 중에서도 ‘분홍낮달맞이 꽃’이라는 것으로 나는 알았다.
그러나 분홍빛 꽃은 정확하게는 접시꽃이었다. 두 렌즈가 엇갈린 탓에 글을 쓰면서 내가 좀 헷갈렸다.
아직도 뭔가 좀 미심쩍기는 하다. 앱들이 절대적일 수도 없을 것이고, 걔들 또한 오락가락하지 않았던가.
그 정도 선에서 꽃 이름 알려는 시도는 멈추기로 했다. 어쨌든 그것 만으로도 나로서는 굉장한 수고였다.
굳이 꽃 이름을 알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보면서 아름답고 좋으면 그만 아닌가.
'curiosi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陵谷하늘에 UFO? (0) 2021.07.18 '죽음'에 관한 어떤 얘기 (0) 2021.06.25 꿈 (0) 2021.06.01 기차길 옆 빨간 집 (0) 2021.04.13 이상한 새 한 마리 (0) 202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