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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이라는 노래컬 렉 션 2021. 6. 14. 06:56
'아침이슬' 노래 나온지 50년이 됐다고 한다.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어두운 골방에서 나지막하게 이 노래를 불러보던 음울한 시절.
근데 그 때로부터 벌써 반세기라니, 그 시절을 진정 가고없는 것인가.
'아침이슬'은 우리 세대의 노래다. 우리 세대라고 하니 이 또한 실감이 나질 않는다.
세대라고 하기에 너무 낡아버린 '쉰 세대'라서 그런가.
1970년 대학에 입학한 이듬해 이 노래가 나왔다. 양희은이 불렀다.
그 때 양희은이 노래가 좋았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시원했다.
사회 정치적으로 음울하던 그 시기, 양희은의 목소리는 때로는 시원한 청량음료,
때로는 강한 빨랫줄처럼 우리들 가슴을 때리고 적셨다. 당시 양희은이 노래는 그랬다.
박두진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하늘'도 그랬고, '아름다운 것들' 노래도 그랬다.
우리들은 '하늘'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 여릿 내게로 온다..."를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열이 열이 내게로 온다..."로.
양희은의 목소리로는 '여릿'을 '열'로 바꿔 부르는 게 당시의 우리들 심경에 맞았던 것이다.
이 노래는 주지하다시피 김민기가 만들었다.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불렀다.
하지만 김민기도 이 노래를 불렀다.
그의 대표곡인 '친구'가 수록된 1970년 레코드에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실려있다.
'아침이슬'은 양희은의 노래이니까, 누구든 '아침이슬'하면 양희은을 떠 올린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좀 바뀌었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더 평가하는 것이다.
김민기의 1집에 실린 그의 노래 '아침이슬'은 빛을 못 보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변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양희은이라는 가수가 그런 변화를 주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양희은이 지금 노래하는 걸 듣고 보면 옛날과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게 노래를 너무 쉽게 부르고자 하는 양희은의 창법 때문이 아닌가로 보고있다.
옛날 양희은의 창법은 무엇보다 목소리가 쭉쭉 뻗어나가는 시원함이 돋보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배에서 뿜어내는 목소리라기 보다 입과 목에서 간질거리며 내는 목소리다.
양희은이 노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 말에 수긍할 것이다.
물론 양희은으로서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가니 목소리와 창법이 변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 할 수 있다.
양희은의 그런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 노력하고 더 가꾸고, 노래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뭔가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한번 변화를 주면 더 잘 부를 수 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몇년 전에 양희은의 노래에 대해 좀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글을 썼다가, 양희은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아무튼 '아침이슬' 50주년이라니까, 예전 양희은의 그 시원한 목소리로 부르는 '아침이슬'이 그립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낮은 저음의, 그러니까 정통 클래식으로 치면 베이스의 톤이다.
묵직한 베이스의 톤이 역시 묵직한 노래가사와 어우러져 조용하게 어울림을 주는 노래다.
1970년대 말인가, 동소문동 어느 한옥에서 김민기를 본 적이 있다.
널찍한 대청마루에서 여럿들이 가장 자유로운 자세들로 뭔가 공동작업을 하고있는 모습이었다.
대청마루에 소줏병도 보였기에, 아마도 낮술을 하며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사를 주고받은 후 문득 그가 부른 '아침이슬'이 생각났다. 그날 대낮 한적한 가옥의 대청마루 분위기가 그랬다.
그 때 잔을 주고받으며 노래들도 불렀는데, 그가 '아침이슬'을 노래를 불렀는지, 안불렀는지 기억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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