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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by's Castle' Vs. '處容歌'
    컬 렉 션 2021. 6. 5. 08:58

    'Darby's Castle'

    좋아하는 크리스 크리스토퍼슨(Kris Kristofferson)의 노래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성 같은 집을 지워졌는데, 그 여자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그 큰 짐에 불을 질러 초토화시켜 버린다는 내용을 담고있는 노래다. 1960년대 크리스토퍼슨의 초기 작품이다.

    이 노래를 1970년대 초 군에 있을 때 알았다. 이봉준이라는, 아주 독특하고 심미안이 돋보이는 음대 출신의 뮤지션이 우리 부대 사단장 테니스 코트 관리병으로 있었다. 그 때 이미 기혼자였던 이 양반과 일과 후 컴컴한 테니스코트 락커룸에서 배갈을 마시곤 했다. 같이 배갈을 마시면서 나에게 가르쳐 준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그로부터 근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나는 이 노래를 좋아한다. 가사도 한 줄 빠뜨리지 않고 잘 왼다.

    사랑하는 여자 바람 피우는 내용의 노래들 가운데, 이 노래가 큰 여운을 남기는 건 버림받은 남자의 쿨한 처리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후렴 부분의 "대들보 세우는 데 3백일 걸린 그 큰집을 (불로) 초토화시키는 데 하루 밤이 걸리지 않았어(Oh, it took three hundred days of timbles to be raised, but it only took one night to bring it down...)"라는 대목에서는 허망감을 안겨주는 노래다.

    'Darby's Castle'이 그런 내용의 서양의 노래라면, 이와 비슷한 것으로 우리에게는 무슨 노래가 있을까. 사랑하는 여자가 바람을 피우고 그 장면을 남자가 목격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노래와 춤이 우리 고전 중에도 있다. 바로 '처용가(處容歌)'가 아닌가 싶다.

    처용의 처가 역신의 꾀임에 빠져 바람을 피운다. 하지만 그걸 본 처용은 춤을 춘다. 그런 결말의 노래인데, 이 두 노래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가라리 네히어라”

    “…two bodies lay entangled...”

    여자 바람 피우는 장면을 묘사한 두 노래 속의 글이다. 위의 것은 ‘처용가(處容歌)’에 나오는 대목, 즉 ‘두 몸이 얽혀져 (다리)가랭이가 네개더라”이고, 아래 것은 ‘Darby’s Castle’에 나오는 글 그대로 “두 몸이 뒤엉켜있는…”이다.

    ‘처용가’는 물론 여자가 바람나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처용의 처가 疫神의 꾀임에 빠진 결과인 만큼 여자의 바람끼가 가미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남편의 그 후 행동은 두 노래속에서 사뭇 다르다. 처용은 그 장면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일까, 후세 사람들은 이를 무속적인 차원에서 해석을 한다.

    남자 자체가 역신이니 그를 그런 방법으로 쫓기위한 무속행위로 본 것이다. 무속적으로 안 보면, 분명 처용내외 간에 무슨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아내의 부정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 추는 처용의 행위는 아무리 관용심으로 보더라도 정신나간 짓이 아닌가.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Darby는 그 장면을 보고 집에 불을 지른다. 집이라 했지만, 글에 나오듯 집 지을 목재를 세우는 데만 3백일이 걸리는, 거의 성(castle)에 가까운 규모의 집이다. 그래서 제목이 ‘Darby’s Castle’인 것이다. Darby내외 간에는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남편인 Cecil Darby는 아내 Ellen을 무지 사랑한다.

    그 사랑의 표현으로 세실은 물질적인 풍족함을 엘렌에게 안기려 한다. 그 일환으로 세실은 큰집을 짓는다. 세실의 꿈은 오로지 큰집을 지어 엘렌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그 꿈의 실현에 집착한다. 집 짓는데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한 나머지 아내 엘렌을 도외시한다. 대화도 없다. 같이 있을 시간도 없다. 엘렌은 고독감에 서서히 무너진다. 그래서 딴 남자를 불러들이고. 세실 다비가 불 지른 그 큰집은 하룻밤새 잿더미가 된다.

    처용, 그리고 세실 다비, 마누라 바람 피웠다는 점에서 처지가 같다. 고약한 동병상련이다. 마누라의 바람을 본 이 두 남자의 행위 중 어떤 게 좋고 나쁜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 둘이 동서양을 대표하고는 있지 않지만, 동서양의 문화적 관습차원에서 보자면 둘의 행위들이 서로 뭔가 좀 바뀌어져있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 같은 것을 느낀다.

    노래속 처한 입장들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화끈하게 집에 불을 지른 세실 다비가 노래와 춤으로 관용을 베풀고 처용이 전통적인 유교사상에 입각해 추상같은 단죄를 했으면 어떻겠는가 하는…

    세익스피어는 여자의 욕망은 ‘타오르는 불길(impetuous fire)’이라고 했던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여자의 이런 성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화가 생긴다.

    Darby’s Castle

     

    (Written and music by Kris Kristofferson)

     

     

    See the ruin on the hill, where the smoke is hanging still,

    Like an echo of an age long forgotten.

    There’s a story of a home crushed beneath those blackened stones,

    And the roof that fell before the beams were rotten.

     

    Cecil Darby loved his wife, and he laboured all his life,

    To provide her with material possessions.

    And he built for her a home of the finest wood and stone.

    And the building soon became his sole obsession.

     

    Oh, it took three-hundred days, for the timbers to be raised,

    And the silhouette was seen for miles around.

    And the gables reached as high as the eagles in the sky,

    But it only took one night to bring it down,

    When Darby’s castle tumbled to the ground.

     

    Though they shared a common bed, there was precious little said,

    In the moments that were set aside for sleepin’.

    For his busy dreams were filled with the rooms he’d yet to build,

    And he never heard young Helen Darby weeping.

     

    Then one night he heard a sound, as he laid his pencil down,

    And he traced it to her door and turned the handle.

    And the pale light of the moon through the window of the room,

    Split the shadows where two bodies lay entangled.

     

    Oh, it took three-hundred days, for the timbers to be raised,

    And the silhouette was seen for miles around.

    And the gables reached as high as the eagles in the sky,

    But it only took one night to bring it down,

    When Darby’s castle tumbled to the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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