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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백신 접종
    村 學 究 2021. 6. 15. 11:25

    코로나 백신은 내가 먼저 지난 6월 1일 맞았다. 아내와 상의한 결과다. 우리 내외는 둘다 부작용이 많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맞고 그 증상을 느껴본 후 아내더러 맞으라 했고, 아내도 그에 동의한 것이다. 나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주사 맞은 부위가 이틀 째인가 좀 뻐근한 걸 제하고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뉴스와 주변의 얘기에 부화뇌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코로나 백신에 관한 것도 그렇다는 걸 몸소 체험으로 느꼈다.

     

     

     

     

     

    아내는 어제 14일 접종했다. 그 이틀 전부터 아내는 좀 긴장하는 듯 했다. 아내는 결코 소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하도 주변에서 부작용에 대해 이런 저런 말도 있으니 결국 아내도 그에 부화뇌동의 기미를 보인 것이다. 아내는 특히 소위 말하는 기저질환적인 요소가 있다. 그게 특히 뇌혈관에 관련돼 있는 것이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뇌동맥류'라는 질환이다. 뇌동맥의 파열과 관련이 있는 것이니, 혈전증 유발 부작용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아내가 다니는 아산병원에 문의를 해 봤더니, 별 문제가 없다면서 맞아도 된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답변의 뒷말이 좀 흐렸다. 말하자면 각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그러니 아내의 백신 접종과 관련해 맞아야 할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전전긍긍해왔던 측면이 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백신을 맞지않고 좀 기다려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적이 있다. 그러다 여러가지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해 아내가 먼저 백신 접종을 얘기하는 바람에 방향을 바꿨던 것이다.

     

     

    그러니 어제 아내의 백신을 접종하는데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혹여 무슨 탈이라도 나면 어쩔까 하는 조바심에 나름 대처할 방안도 마련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그게 뭐 별 것이겠는가. 메디컬 케어(medical care) 등 무슨 특별한 방안이라기 보다 어떻게 대처할까에 대한 마음의 준비 같은 것이었다.

     

    아내의 접종예약 시간은 아침 10시였다. 내가 대장천에 나가 일할 시간대다. 일 나가면서 어떻게 10시를 전후해 아내가 주사 맞는 병원엘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떻게 무슨 명분으로 할 것인가를 궁리했다. 대장천 일이라 해봤자, 그저 만나서 노닥거리는 일이다. 뙤약볕은 피해 한적하고 시원한 다리 밑에 앉아서들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고받다가 헤어지는 일이다. 그래도 얘기는 일단 하자는 생각에 반장되시는 분께 대충의 사정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반장의 얘기가 그렇더라도 다른 분들의 눈치가 보이는 것이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대장천변에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마리아수도회 성당.' 아내가 백신을 맞고있는 그 시각 쯤 나는 저 성당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하늘에 백로 한 마리가 날고있다.

     

     

    9시 40분 경,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병원이 복잡해서 예약시간을 넘길 것이라는 것. 그러니 병원에 오지 말라는 것이다. 그 메시지를 받고 어쩔까 생각 중인데, 10시 12분, 다시 메시지가 왔다. 주사를 맞았고 지금 15분간 이상징후 관찰 중이라고 했다. 나는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편한 자세로 앉았거라.

     

    아내는 그렇게 해서 백신을 접종했다. 집에 와서 보니 아내는 소파에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그동안 갖고있던 긴장감이 다소 풀려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갈아놓은 비트 쥬스를 아내더러 한잔 더 마시게 했다. 보기에 아내는 괜찮아 보였다. 아내는 큰 아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들이 점심을 사기로 하고 온다는 소식은 이미 듣고 있었다. 아들 내외도 아내의 백신 접종을 좀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 차를 타고 풍동 쪽의 고기 집으로 갔다. 생갈비를 잘 하는 집이라고 했는데,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아들은 고기를 많이 시켰다. 나는 소주를 한 병 시켜 마셨다. 아내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생갈비 두판이 거의 1kg 분량이다. 아들은 많이 먹었다. 며느리는 고기에 입이 짧았다. 아내는 맛있게 먹긴 했지만, 역시 입이 짧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소주 반병 가량을 마시다 냉면을 먹었다. 

     

     

     

    나의 '마리안 로드.' 멀리 '마리아수도회 성당'이 보인다.

     

     

    오늘 새벽, 아내가 아직 잠에 빠져있는 걸 보고 집을 나서 나의 '마리안 로드' 기도 길에 나섰다. 묵주기도. 매일 하는 묵주기도지만, 감사의 마음을 보탰다. 아직까지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지만 일단은 감사할 일 아닌가. 나더러 호들갑을 너무 떤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 지적, 혹은 그 지적이 비난이 썪인 것일지라도 나는 충분히 감수한다.

    사람이 똑 같을 수는 없다.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다. 나의 처지가 남다른 것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이로써 나와 아내의 코로나 1차 백신 접종은 완료한 셈이다. 그에 너무 호들갑을 뜬 느낌을 갖는다. 코로나 팬데믹의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늙은 부부의 한 단면을 읊조려 본 것이니 너무 타박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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