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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백신' 考
    村 學 究 2021. 5. 30. 08:03

    하루 아침에 졸지에 '겁쟁이'가 됐다. 코로나 백신 때문이다.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주변에서 이런 저런 얘기들, 특히 접종과 관련해 무슨 '무용담' 같은 걸 하고있어 그저께 솔직한 망설임을 SNS에 토로한데 대한 한 반응이 그렇다. 물론 친근감과 농이 섞인 일종의 비아냥이다. 불특정다수가 애매하고 억울하게 표적이 될 수 있는 팬데믹 시대에 있어서는 누구든 이런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아내와 나는 코로나백신, 특히 아스트라인가 뭔가 하는 백신의 부작용이 거론되면서 함께 동체(同體)의 개념으로 백신을 맞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그걸 맞아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였지만, 경우가 좀 달랐다. 아내에게 이른바 기저질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 부작용 가운데 혈전이 특히 나에게는 거슬렸다. 아내의 질환이 그것과 관련이 있는 탓이다. 그런 백신을 아내에게 맞히지 않기로 한 것은 무작정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백신 접종 초기, 아스트라에 대한 부작용이 운위되기 시작할 적에 나는 아내가 다니는 아산병원 신경외과에 문의를 했다. 대답은 상관관계가 없으니 맞아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뒷말이 좀 흐미했다. 알아서 하시라는 것이었다. 그게 좀 게름칙하던 차에 어떤 보도를 접했다. 경북 상주에 어떤 나이드신 여자 분이 아스트라를 맞은 후 6일 만에 사망을 했다는 것이었는데, 그 분이 아내와 같은 질환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돌아가신 그 분은 그러나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아내와 나의 결심은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령자 접종 예약일이 공표되고 매일 매일 그 예약율이 보도될 적마다 딴에는 동병상련적인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예약율이 저조했던 탓이다. 내 생각은 이랬다. 백신을 안 맞겠다는 것은 아니다. 좀 기다려보면 부작용이 덜한 화이자나 모더나, 얀센 백신이 공급될 수 있으니 그 때까지 어떻게든 기다려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건 나의 기대, 그리고 전망과 달라지고 있었다. 하나 분명한 게 있다. 일종의 분수령이 있었다. 언론이 어느 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종의 '백신맞기 캠페인' 쪽으로 완전 선회한 것인데, 예컨대 접종예약이나 접종율을 '경마식 보도' 형태로 하는 등으로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집단면역을 밑바탕에 깐 과학과 의학적인 이유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하루 아침에 유니품을 동시에 입 듯한 모든 언론의 갑작스런 선회에 의구심을 갖지않을 수가 없다.

    언론의 급선회에 따라 여론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내 주변들도 그렇게들 변하고 있었다. 매주 등산가는 고교동기 친구들의 경우 2, 3주 전만해도 80% 이상이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들 했다. 그러던 게 많이 변했다. 이제는 서로들 예약을 했다고 하면서 자랑하듯 한다. 그저께는 한 친구가 일차접종을 했는데, 몸 상황을 생중계하듯 시간대별로 카톡을 통해 친구들에게 알려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내 처지도 궁색해졌다. 나는 그럼에도 어떻게든 기다려볼 때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궁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내마저 변했다. 어제 아내는 나더러 백신을 맞자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예약을 하라고 했다. 일을 나가는 아내는 주변을 둘러보니 무슨 외톨박이처럼 느껴진다는 것이고 불이익을 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속으로 나는 좀 억울했다. 누구 땜에 내가 이러고 있는지 모르고 저러는가.

    이런 상황에서 나라 탓하기도 이제 지쳤다. 정말 지쳤다. 매일 방송에 나와 어쩌구 저쩌구 하던 정은경이도 언론 덕(?)인지 이제는 그리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편하고 공정한 세상이 오면 정말 따져 물을 게 많은 사람중에 질병관리청장 정은경이도 분명 포함될 것으로 나는 보고있다.

    백신 예약 종료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오늘 할 일이 하나있다. 그저께 맞았다는 친구에게 물어볼 일이다. 그 친구의 아내도 내 아내와 같은 질환이 있다. 니 집사람도 맞았냐, 지금 어떤 상태고?

    이래 저래 정말 어려운 시대에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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